아직은 미국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주류지만 증류주와 포도주에 맛들여 맥주를 멀리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많아지자 맥주회사들이 반격에 나섰다. 맥주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꿔 놓으려고 포장을 새로, 눈에 띄게 바꾸고 술집과 식당에 대한 선전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이름만 맥주지 전혀 새로운 음료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판매량 부진 이대론 안돼”
포장혁신 알콜도수 강하게
TV광고에만 의존 탈피
술집에 직접 마케팅 공세도
‘샘 애덤스’가 새로 내놓은 한정판 ‘유토피아’는 알콜농도가 25%에 100달러짜리 구리병에 담겨 있다. 실온에 보관하고, 맛도 코냑 같아 저녁 식사 후에 조용히 음미하는 용도지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라고 보기 어렵다.
‘앤호이저-부시’의 새 맥아음료 ‘BE’와 ‘틸트’도 맥주와 에너지 드링크의 혼합액이라고 보면 된다. 칵테일 대신 마실 것으로 개발한 제품들인데 알콜농도는 6.6%로 대부분 4~5%인 맥주보다 강하지만 인삼, 과라나, 카페인 등도 들어 있다.
보스턴의 작은 맥주회사 ‘뉴센추리’도 보드카와 ‘레드 불’을 섞는 인기 칵테일과 경쟁하기 위해 개발한 카페인 함유 맥주 ‘문샷’을 실험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미국 주류시장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56%에서 53.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증류주는 28.2%에서 31.3%, 포도주는 15.5%에서 15.8%로 점유율이 증가했으니 맥주업계에는 큰 일이 난 것이다. 오랫동안 맥주회사들은 강력한 브랜드 창조및 효과적인 마케팅 캠페인에만 주력했는데 이제 유행을 창조하는 사람들이나 그저 뒤쫓는 사람들에게 맥주는 아무런 상상력이나 입맛을 자극하지 않게 됐으니 말이다.
맥주회사 간부들은 최근 10년동안 마케팅및 기술 혁신 면에서 리커나 와인 업계에 뒤져있던 것을 인정한다. 맥주회사들이 연간 수억달러를 들여가며 TV 광고에만 매달리는동안 리커회사들은 더 영리하고 조용하게 제품을 판매할 길을 찾아 온 것이다.
요즘 대도시 고급 술집 직원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리커회사들은 정기적으로 직원을 보내 바텐더및 술집 주인들에게 새로 나온 맛과 제품을 써보도록 설득하고 손님들이 무료로 맛볼 수 있도록 시음회를 주최해 준다. 그 많은 술 중에서 칵테일이 가장 멋져 보이도록 애써 온 것이다.
미국내에서 소비되는 맥주의 반을 판매하는 ‘앤호이저-부시’사 간부들은 이제라도 매스 미디어 브랜드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작은 식당, 술집들과 퍼스널한 관계를 가지고 판매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앤호이저-부시’는 술집과 식당에서 자사 제품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지난 3월 ‘버드와이저 실렉트’를 내놓았다. 오리지널 ‘버드와이저’보다 맛도 좋고 질도 좋지만 열량은 낮은 고급품인데 시판에 앞서 전국의 수백개 도시에서 ‘바텐더스 볼’을 개최, 바텐더와 서버, 술집 주인들에게 맥주를 무제한 무료로 마시게 하면서 ‘버드 실렉트’가 얼마나 세련된 맥주인지를 홍보했다.
그 덕분인지 ‘버드와이저 실렉트’는 상당히 성공했다고 뉴스레터 ‘비어 마케터즈 인사이츠’를 발행하는 벤지 스타인먼은 말한다. 올해 상반기 버드와이저 매출도 2%가 증가했다.
네트웍 텔리비전 광고에 연간 수억달러를 지출하는 ‘앤호이저-부시’는 올해 그 예산중 3,000만달러를 ‘바텐더스 볼’과 다양한 시음회 행사 개최에 전용할 계획이다. 또 지난 5년간 새로 나온 보드카만 200종이 되는등 계속 제품을 혁신하는 리커 회사들에 대응하여 연구및 개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맥주 에너지 드링크인 ‘BE’다.
‘샘 애덤스’ 제조사인 ‘보스턴 비어스’를 창립한 짐 카치는 새로 나온 ‘유토피아’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양조했지만 맥주의 한계를 뛰어 넘는 제품으로 100달러나 되는 가격 때문에 8,000병만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맥주회사가 신제품으로 점수만 딸 것이 아니라 돈까지 벌려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추구해야 하지만 그러느라 핵심 고객을 놓쳐서는 안될 일이다. 맥주의 강점이 대중성인데 모든 것을 고급화시키면서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는 것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기존 제품의 내용물을 바꾸지 않으면서 두드러져 보이도록 하기 위해 앤호이저-부시는 ‘버드 라잇’ ‘버드와이저’ ‘미컬롭 라잇’ ‘미컬롭’ ‘앤호이저 월드 라거’ ‘버드 실렉트’를 멋들어진 포스트모던 기분이 나는 세련되고 컬러풀한 알루미늄 병에 담아 내놓기 시작했다. 또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포장을 되살려 정해진 모양의 병과 캔에 복고풍을 도입했다.
‘인베브 USA’는 술집들에 수입맥주 ‘스텔라’를 담을 특별한 잔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맥주를 따르고 서브하는 법까지 훈련시켜 다른 맥주와의 차별화를 시도, 작년엔 매출이 65%나 신장됐다.
맥주업계의 이같은 마케팅및 제품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조회사들은 향후 2, 3년간은 포도주및 증류주에 시장을 뺏길 것이라고 모건 스탠리의 음료 담당 분석가 윌리암 피코리엘로는 내다보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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