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에릭 서 하사가 아버지에게 남긴 감사의 글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따로 집계된 숫자는 없지만 이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선에서 전사한 한인 미군도 상당한 숫자에 이르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라크 전선에서 전사한 미군의 숫자는 1,800명이 넘었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사자도 200명이 넘었다. 이들 2,000명이 넘는 군인 한 명 한 명이 다 누구의 아들이고 딸이다.
서 하사의 아버지 서능수씨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글을 읽고서 “이런 글에 가슴이 찢어진다”라고 말했다 한다. 이것은 서씨에게만 한정된 느낌은 아닌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이라크에 파견된 군인 가족들의 의구심 내지는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을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보고하고 있다. 늘어만 가는 전투지 근무기간, 장갑차량의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드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이라크 전쟁의 무의미함이다. 이 전쟁은 이라크가 보유한 대량살상무기가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에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도, 테러 조직과의 연계도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자 미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라크에 확립하는 것으로 전쟁의 목적을 바꾸었다.
그러나 집권한 시아파 회교도들의 의도가 기본적인 민주주의 이념과는 비슷하지도 않다는 것이 밝혀지자 미 정부는 다시 한번 전쟁의 목적을 바꾸어 이제는 ‘미국을 공격하고자 하는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야말로 회교도 극렬분자들의 양산 촉매가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참으로 기괴한 논리이다.
두 번째로 군인 가족들이 말하는 불만은 간단하게 ‘왜 우리만?’하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 또는 테러와의 전쟁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소수의 군인과 그 가족들만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냐 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 지도자들의 자녀들은 전혀 이라크에 참전하고 있지 않고 있은 현실에서 그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군사체제가 지원병 제도로 바뀐 후, 미군 사병 중 저소득층 출신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부정할 길은 없다. 군복무가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그 자체로서는 나쁠 것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평화시 또는 단기간으로 끝나는 평화유지군으로서의 이야기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일종의 ‘영구 전쟁’ 상태에서 특정 사회계층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빈부의 격차와 함께 고려해 볼 때, 결코 미국 사회에 건강한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김철회
법정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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