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이 언니! 종이학 천 마리를 접으면 진짜 학이 돼 날아간다는 전설 알지?” “에이! 거짓말 쟁이, 종이로 만든 학이 어떻게 하늘을 날아 가냐”
6일 오후 1시 퀸즈 플러싱에 소재한 뉴욕 밀알복지홈.
스타이브센트고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에스더 곽(16)양은 정신 지체 장애우인 수정이 언니와 함께 열심히 종이학을 접으며 도란 도란 종이학에 얽힌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곽 양의 뉴욕밀알복지홈 자원봉사 활동은 7학년 때부터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딸에게 ‘남을 돕는 행복을 일깨워 줘야겠다’는 아버지 곽승협 씨가 곽 양을 이끌고 밀알복지홈을 찾
은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장애우 언니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낯설고 대화도 잘 통하지 않아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에게 언니들이 마음을 열어주고 저의 조그만 도움에 고마워하는 모습에 너무 즐거워요.”곽 양은 대부분의 10대 중고등학생들이 한창 자유시간을 보낼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5시까지 어김없이 매주 밀알복지홈을 찾아 수정이 언니와 함께 그림 그리기와 책 읽기, 카드 놀이, 종이접기 등을 하며 때로는 인근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수정이 언니가 환하게 웃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곽 양은 “일반 사람들이 장애우를 바라보는 잘못된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장애우들은 일반인들과 정신적, 신체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곽양의 장애우 봉사활동에 대한 애착은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꺼린다는 장애우 ‘사랑의 캠프’
를 3번씩이나 다녀온 사실에서 알 수 있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뉴욕밀알복지홈의 최병인 단장은 “2박3일, 3박4일씩 장애우들과 함께 밥을 지어먹으며 생활하는 사랑의 캠프 프로그램이 어린 학생에게는 힘이 들텐데도 아무런 불평 없이 3년째 묵묵히 수행한 에스더가 기특하고 장할 뿐”이라고 말하고 “봉사 점수를 얻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여느 학생들과 달리 그저 봉사활동을 한다는 사실에 즐거워 한다”며 곽양의 봉사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곽 양은 봉사활동을 하며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닥친 시험과 산더미 같이 쌓인 숙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밀알복지홈을 가지 못할 경우.“토요일 오후 집에서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수정이 언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편치 않아 공부도 잘 안될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다음 주엔 수정이 언니와 함께 더 많이 시간을 보내야지’라고 스스로 타이르곤 하지요.” 학업능력이 뛰어나 스타이브센트 고교내에서도 우등반(Honor’s Society)에 속해 있는 곽 양의 장래 희망은 의사가 되는 것.
밀알복지홈에서 몸소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세운 꿈으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의대 진학, 장애우들을 치료해주고 보살펴 줄 수 있는 의사가 될 계획이다.곽 양의 아버지 곽승협씨는 “어릴 적 에스더에게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공부한 지식으로 남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라고 몇 번 얘기를 해주었는데 에스더가 아빠의 뜻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 뿌듯할 뿐입니다.”고 말했다.
곽 양은 “아직까지 현대 의술로 해결하지 못하는 수정이 언니와 같은 장애우들이 가진 병들 고쳐 줄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더욱 공부를 열심히 반드시 그런 병들을 고칠 수 있는 명의(?)가 되고 싶습니다”라며 활짝 웃는다.<김노열 기자>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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