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주에서 과일과 야채 농사를 짓는 마크 트와고가 매주 집에서 키운 농작물을 인근 파머스 마켓에 내다 팔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부터였다. 여름엔 복숭아, 체리, 살구를 팔고, 여름이 지나면서는 사과와 배를 팔아, 장사가 잘되는 날은 하루에 1,000달러도 집에 가져왔다. 그때 파머스 마켓에 내다 판 것은 자기 농장 소출의 1% 정도에 불과했지만 수입은 나머지를 다 팔아서 번 것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다.
“1% 내다판 액수가 나머지 도매로 판 액수보다 많아”
파운드당 1달러 50센트 이윤… 15배이상 수입 짭짤
소비자들은 비싸긴 해도 신선하고 질 좋은 야채 만족
그로부터 2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버지니아주와 볼티모어 지역 파머스 마켓에 과일을 가득 실은 트럭을 내보내는 트와고의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과를 농산물 중개인에게 넘길 때는 최상품도 파운드당 8~10센트를 남기면 다행이지만 파머스 마켓에서는 파운드에 1달러50센트를 남기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두번, 웬만한 도시의 길 모퉁이에 서는 노점, ‘파머스 마켓’이 미국의 농부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트와고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서 가업을 유지하는 농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의 가장 최신 통계인 2000년도 연방농무부 자료에 의하면 자신이 가꾼 작물을 파머스 마켓에서만 파는 농부는 1만9,000명이었다.
이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애써 키운 야채, 과일을 소매로 판매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자기가 정할 수 있고, 수퍼마켓에서 받지 않을 멍들고, 이그러진 복숭아, 토마토, 감자도 다 팔 수 있고, 자금을 마음대로 운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농장을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으며,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땅을 탐내는 개발업자들의 무언에 압력에 당당하게 맞서 자기 땅을 지키며 삶을 꾸려갈 수가 있는 것이다.
20년이 넘게 파머스 마켓에서만 작물을 판매해온 버지니아주의 농부 칩 플랭크도 자기 땅을 농작지로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이 모두 파머스 마켓 덕이었다고 말한다. 파머스 마켓에서 장사하는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그는 “손님들이 내가 기른 야채 과일을 좋아하고, 어떻게 요리할지 아이디어도 나누고, 잘잘못을 지적해주는 것이 농사짓는데 얼마나 참고가 되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파머스 마켓이 번창하려면 소비자들이 그 지역에서 재배돼 신선한 제철 야채와 과일을 소중히 여기고 찾아 나서야 하는데 1970년대 들어 바로 그런 움직임이 시작됐다. 앨리스 워터스가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운영한 식당 ‘셰파니스’, 노라 푸이용이 워싱턴에서 한 ‘레스토랑 노라’가 앞장을 섰다.
1976년에는 연방의회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 원하는 농부들을 장려, 후원하는 ‘농부 소비자 직접판매법’을 제정했고, 뉴욕에 새로 생긴 ‘그린 마켓’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면서 비슷한 판로를 찾아 보려는 농부들이 늘어났다. 따라서 미국의 파머스 마켓은 계속 숫자가 늘어 왔다. 1946년에 499개이던 것이 2000년에는 2,863개, 작년에는 3,700개 이상을 헤아렸다.
이들이 파머스 마켓에 내다 팔려고 기르는 작물은 주로 과일, 야채, 약초등 노동 집약적이지만 이윤이 많이 남는 것들이다. 몇 에이커나 되는 땅에서 콩이나 옥수수등 전통적인 농업을 하다가 방향을 바꾼 이들도 많다. 딸기밭을 반에이커만 가꿔도 똑같은 돈을 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주 데모인의 드레이크 유니버시티에서 법을 가르치는 닐 해밀튼은 10에이커 규모의 농장을 갖고 있다. 거기 가로 5피트, 세로 70피트짜리 파밭을 만들었는데 그것으로 자기 아버지가 옥수수를 1에이커 심어서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런데 파머스 마켓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것일까? 과일, 야채 값이 수퍼마켓보다 얼마나 비싼 것일까? 확실히 비싸긴 비싸다. 그래도 손님들이 계속 사가지고 가는 이유는 물건들이 훨씬 신선하기 때문이다. 대개 밭에서 뽑거나, 나무에서 딴 지 24시간이 채 안되는 싱싱함은 어느 수퍼마켓 물건도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파머스 마켓을 감독하는 연방 농무부 직원 에롤 브랙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파머스 마켓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청과물의 신선도와 품질, 편리함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