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전에 선배 한 분이 부인과 함께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 후에 중요한 수련회도 있고 해서 금방 다녀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45일간의 긴 여행이란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한 달 이상 해외여행을 할라치면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까지 법석을 떨었을 법 한데 이 분들은 여느 때와 별 다름을 느낄 수 없었고, 마치 이웃에 다녀올 듯 한 기분으로 떠났다. 떠난 뒤에 알고 보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치밀하게 6개월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했으며, 연례행사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단 여행계획에 그치는 게 아니라 주변에 은퇴생활과 관련하여 크고 작은 계획(은퇴시기, 은퇴생활 등)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만 계획한 바대로 실천하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도산은 실천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의 차이를 인격의 유무로까지 격상시켜서 실천을 강조하고, 공론을 배격하였다. 참을 알고도 실행하지 않는(또는 못하는) 것에 대하여 유달리 강조에 강조를 거듭했고 이를 행하는 자를 건전 인격자로 규정하고 이런 건전 인격자의 다소가 나라의 흥망을 결정 짓는 것이니 각 개인으로부터 나라의 운명까지가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천의 중요성이 새삼스러울 거야 없겠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옹색한 변명의 주류는 “생각 같지가 않더라” “상황이 바뀌었다” “여건이 아니다” 등등 헤아릴 수가 없다. 이유 없는 무덤이 없듯이.
바쁜 이민생활 속에서 언제 이것저것 살필 겨를이 어디 있으며, 그런 사치스런 생각이야 가진 것 있고, 시간 남는 자들만의 한가한 방담일까.
주변에 열심히 경제적 부를 축적코자 하는 분들이나 이미 상당한 경제적 부를 이룬 분들 중에서도 계량화된 목표가 없다보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식의 울타리를 쉽게 벗어나지를 못하고 그토록 값진 인생을 어느날 갑자기 마감해 버리게 된다. 주렁주렁 열쇠꾸러미를 지닌 채로,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하는 삶의 목적까지도 애매해져 버린다. 목표주가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시커멓게 탄 냄비 속이 되고 나서야 목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듯이.
목사이자 저널리스트인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는 그의 책 ‘단순하게 살아라’(Simplify Your Life)에서 “같은 일을 두 번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생각으로만 가득한 머리로는 한 가지도 이룰 수 없다.
충무공 이순신의 완벽에 가까운 리더십은 기록(난중일기 등)이 있었기에 이 시대에 재현해 볼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몸에 배인 기록습관 때문에 끊임없이 성찰해서 23전 23전승할 수 있었음을 아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생활주변, 자신의 일상에서 옳은 것임(무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곧바로 실행(역행)에 옮기지 못하는 비효율과 시간적 낭비를 줄이자. 하루하루 열심히 살지만 큰 밑그림도 그려보고 나서 점들을 찍고, 점들을 모아서 선으로, 나아가 면을 만들고, 면들을 쌓아서 자신의 모형을 형상화시켜 가는 것, 자신으로부터 기록하고 계획한 것을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건전 인격자 됨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이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라고 했던가.
강창구/흥사단 워싱턴지부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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