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일본 언론계의 거물인 아사히신문의 논설주간 와까야마 요시부미는 4월 25일자 그의 칼럼에서 “일본의 전후처리 방식은 독일의 전후처리 방식에 비교해 하수(下手)였다.”고 이즈미 수상을 비판하였고, “일본의 역대 수상들 중 여러 수상이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통치에 대해서 사과를 했으나, 1995년에 무라야마 도미이찌 수상이 발표한 사과담화가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사과담화가 결정타가 되지 못한 이유를 몇 가지 들고 있는데, 첫째 독일의 부란트 수상이 1970년 폴란드에 갔을 때 유태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 숙여 사죄하는 모습이나, 1985년 와이쯔 젯카 대통령의 감동적인 연설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면서, 일본에서는 그러한 정치적 연출이 없었다고 했다.
둘째, 무엇보다 무라야마 전 수상의 사과담화가 결정타가 되지 못한 치명적인 이유는 사과담화 내용을 부정하는 언동이 일본 내에서 연달아 일어남으로써 그 효과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셋째, 고이즈미 수상이 국화문장(菊花紋章)이 들어있는 하까마(예의를 갖춘 일본의 전통예복)를 입고 일본의 전통적인 예의를 갖추고, 일본의 대표적인 군국주의 통치자들과 침략전쟁을 책임져야 할 A급 전범자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구니 신사에 정중하게 참배하는 광경을 본다면, 사과담화에 대한 역효과가 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사과담화가 결정타가 되지 못한 이유의 전부였다.
그런데 와까야마 논설주간의 칼럼에서 주시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는 독일의 전후처리 방식에 대해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독일이 피해를 준 국가들에게 올바른 보상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이 보상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자기들의 구린데는 함구해 버린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부란트 수상의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이나 와이쯔 젯카 대통령의 힛트라 비판과 진지하고도 감동적인 연설을 어디까지나 정치적 제스처(쇼)로만 평가해 버리고, 그것과 비교해서 고이즈미 수상의 정치적 연출이 하수(下手)라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또한 와까야마 논설주간은 독일이 그러한 사죄를 한 것은 유태민족의 말살이라고 하는 인류역사상 있을 수 없는 엄청난 행위에 대한 사죄라고 못 박았으며, 또한 독일은 모든 것을 나치의 죄로 밀어 붙여서 끝낼 수가 있었다고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독일과는 조건이 다르다고 강조하였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일본은 독일과 같은 엄청난 잘못을 한 것이 없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은 일본이 어떻게 해서든지 정치적 쇼를 통해서 죄를 회피해 보려고 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과오의 고통을 줄여 보자는 교활한 섬나라 근성의 발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일본이 침략전쟁 중 자행한 중국 남경 대학살과 조선 식민지 통치 중 저지른 반인류적 범죄인 정신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보상 문제는 국가 간의 외교적 차원이 아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관한 문제로, 잔꾀로 해결할 성질의 차원이 아니다. 과거에 일본에게 당했던 주변 국가들이 일본을 불신하고, 그들을 증오하는 마음이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와까야마 논설주간이 칼럼에서 고이즈미 수상에게 “이제는 정치적 연출을 잘 연구해야 할 때......”라고 충고한 것을 보면, 그도 역시 섬나라 근성의 발상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을 등에 업고 국제연합의 상임이사국 진출이라는 목전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연출의 테크닉으로 광분하는 일본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염증과 경멸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2005. 5.
대한민국 광복회 회원 서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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