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신도의 창세기 이해’
창세기는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 성경의 첫 번째 책이다. 그 내용은 현대인이라면 대개 읽어봤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거나 그 줄거리를 알아도 얼마큼 믿어야 하고,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지 애매모호 하기만 하다.
잘 아는 대로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라는 말로 창세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나서 엿새 동안에 사람을 포함한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창세기의 첫 3장에는 두 가지 다른 창조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1장1절에서 2장3절까지의 이야기고 둘째 것은 2장4절에서 3장 끝까지의 이야기다. 이 두 이야기는 약 400년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주전 900년서 주전 500년 사이에 쓰여졌다. 이렇게 두개의 다른 창조 이야기가 기록된 것은 창세기 저자가 두 가지 다른 문헌을 참고한 데서 기인한다.
그런데 창세기 1장과 2장에 남자와 여자를 만든 이야기도 서로 다르게 두 번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우리가 잘 아는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2장22절에 기록되어 있고, 그보다 앞서 1장27절에는 “하나님이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만드셨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에 설명한 것처럼 창세기 저자가 두 가지 다른 문헌을 토대로 한 것에서 비롯됨은 물론이다)
현대에 와서 창세기의 이야기들이 진실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있어왔다. 그러나 17세기와 18세기 계몽운동을 통해 현대화 운동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를 일반적인 진실로 받아들이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
1650년께 영국 성공회의 제임스 어셔(James Ussher)라는 대주교가 지구 나이를 상세히 계산한 적이 있다. 창세기에 기록된 가계보를 바탕으로 우주 창조가 주전 4004년에 이루어졌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근래에 와서도 ‘과학적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기독교인)들이 있다.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에 과학적인 해석을 결부시키려 애쓰는 것이다.
생각을 바꿔 보자. 성경은 기독교의 경전이고, 그것도 수천년 전에 특정 지역에서 쓰여진 종교적 고전이다. 더욱이 성경이 과학적으로 사실이어야 하는 과학책이 아님은 두말할 것도 없다.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믿음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어떤 신학자가 얘기한 대로 창세기 1장의 핵심은 매일 매일의 창조 일을 끝내고 하나님이 되풀이한 말속에 있는 듯하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이다. “존재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좋다”는 이 말 속에 하나님이 보신 세상에 대한 긍정성을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나님의 창조 이야기가 ‘과학적인 사실’이 아니고 믿음의 영역에 속하는 종교적 고전이라는 것을 일단 인정하고 나면, 성경의 시작이 이처럼 아름답고 웅장하게 묘사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경이를 금할 수가 없다.
이 지 교 (평신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