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인사회에서도 SOX가 무슨 스포츠 팀이나 양말이 아니고 사베인스 옥슬리 연방법의 약자라는 걸 아는 분들이 많다. 근래 어느 한인은행에서의 불행한 회계처리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사회의 결정들이 언론에서 왈가왈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지만 회계문제가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은 놀랍다.
우리 한인사회도 어느덧 회계 관련 법안이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경제적 성숙을 했다는 것이니 만큼 우리는 요즘의 추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아야 한다.
이 법은 원래가 엔론과 월드컴 등 대형 공개기업들이 경영진의 의도적인 부정행위와 나태 방만한 경영 등으로 회사의 재정이 파탄 나면서 투자 대중과 자기회사 직원들, 관련 타기업들 등 숱한 이들에게 경제적 불이익과 고통을 안긴 후에 그 결과로 생긴 법이다. 여론의 눈치를 보는 연방의회에서 오랜만에 정치자금을 주는 큰 기업들의 돈의 위력에서 벗어나 공중을 생각하는 법이 만들어진 셈이다.
사실 이 법의 근간은 이렇다. 그동안 회계감사를 하는 외부 감사인들에게만 지우던 부담을 피감사 회사의 최고 경영층에게도 재무제표의 정확성에 대한 책임의 근본 소재에 대한 부담을 지웠다는데 있다. 외부 감사인(CPA)들이 몇 주일의 감사 업무로 어떤 기업의 재정상태에 대해서 확신을 하고, 발표되는 재무제표들이 정확하다고 증명을 해준다는 것은 사실 두려운 일이다. 아무리 능력 있는 CPA일지라도 경영층이나 주요 간부 직원들이 속이려고 마음먹은 곳에서는 그 부정을 찾아낸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SOX법은 최고 경영층에게 회계 정보가 거쳐가는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다는 서약을 하게 만든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렇게 이해하시면 된다. 수돗물이 깨끗하려면 그 수돗물이 거쳐가는 파이프와 물 정화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는데 회계 정보가 수돗물이고 파이프가 내부통제 시스템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시라. 어느 수도회사 사장이 물파이프와 정화시스템이 문제없이 잘 되어 있다고 서약할 수 있도록 자신이 있을 것인가. 애당초 공사를 할 때는 잘 하려고 애쓰고 후에 관리를 철저하게 하려 노력하겠지만 회계정보 시스템이 쇠파이프가 아닌 만큼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잘 작동한다고 서약해야 하는 최고 경영층은 너무나 두려운 것이다.
한인 은행들도 사이즈가 커 가면서 행장이 텔러 한 명 한 명이 하는 일에 잘못이 없다고 믿고 있기가 두려워지는데 수 만명을 감독해야 하는 포천 500 최고 경영자가 내부 통제 시스템 서약할 때마다 얼마나 마음에 부담이 갈지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여러 곳에서 SOX의 실행 코스트가 너무 들어서 자금과 인력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많다고 난리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보도들이 나올 때마다 필자는 경영을 잘 하지도 못해서 경쟁 타기업에 밀리면서도 수백만달러씩 옵션과 보너스를 타 가는 여러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을 생각하고, 또 평생 성실히 일하고 자기 회사 주식을 너무나 믿고 은퇴자금으로 기대하고 있다가 휴지가 되어버린 후 황망한 표정으로 회사를 떠나던 엔론의 어느 직원 얼굴을 생각하게 되면서 SOX가 얼마나 필요한 법인가 다시 확인하게 된다.
수백만달러를 회계정보와 내부통제 시스템에 쓰는 게 좋은가, 최고 경영자들의 지나친 보너스 지불에 쓰는 게 좋은가, 한인사회의 눈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필자는 오랜 경험으로 한인사회에도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종 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미주조흥은행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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