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누아투는 남태평양에 있는 자그마한 섬나라다. 1999년 이곳에서 지진과 해일이 발생, 500명이 살고 있는 마을을 덮친 적이 있다. 한 밤중에 일어난 돌발 사태였는데도 이로 인한 사망자는 3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들은 모두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였다.
이처럼 피해자가 적었던 것은 이 지역이 화산대에 놓여 있어 이런 일이 자주 발생, 평소 여차하면 높은 곳으로 달려가는 훈련이 잘 돼 있었기 때문이다. 1999년 지진 때도 흔들리자마자 주민들이 재빨리 대피, 화를 면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발생한 초대형 해일 피해자가 날로 늘어나기만 한다. 처음 500명 사망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만에 이 숫자는 1만3,000명으로 늘어났으며 다음날은 2만3,000명, 그 다음 날 4만4,000명에서 이제는 8만명을 헤아리고 있고 10만명이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이처럼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것은 인도양에서 큰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는 일이 드물어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태평양에서는 1946년 알래스카 지진으로 해일이 발생한 후 하와이에 태평양 해일 조기경보센터가 설립됐고 1960년 칠레 지진으로 칠레에서만 1,000명이 죽은 후에는 유엔 후원으로 태평양 연안국들을 위한 국제 해일 정보센터가 생겼다.
1964년 알래스카에 다시 해일이 밀어닥치자 알래스카 해일 조기경보센터가 다시 마련됐으며 1968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태평양 해일 조기경보체제가 탄생했다. 태평양에는 조기경보체제가 지나칠 정도로 많은 반면 인도양에는 전무한 상태다.
태평양 해일 조기경보센터에서는 이번 해일을 예상했지만 태평양권에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동남아권에 알리지 않았다.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인도양 자체 경보시스템을 갖던가 태평양 경보센터의 도움을 체계적으로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일이고 당장 급한 것은 수백만에 달하는 이재민을 어떻게 도울까 하는 점이다. 천재는 어쩔 수 없지만 구호사업을 어설피해 인재까지 겹치게 할 수는 없다. 구호 관계자들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일이라며 오염된 식수와 자연 재해에 따르게 마련인 질병을 방치할 경우 이로 인한 피해자가 해일로 인한 것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명의 죽음은 통계”라는 말이 있다. 재난의 규모가 워낙 크면 그 고통의 정도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은 긴급 지원비로 1,500만달러를 내놨다가 너무 짜다는 비판을 받고 3,500만달러로 올렸으며 앞으로 필요하다면 더욱 증액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A 한인사회에서도 연말에 날벼락을 맞은 지구촌 이웃을 돕자는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할 수 있는 한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는 것이 세모를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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