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에 분노한 오사마 빈 라덴이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과 해스터트 연방 하원의장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순간 자살공격을 감행, 세 사람 모두 사망한다. 그럴 경우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연방 헌법은 대통령 유고시 부통령이 승계할 것만 규정하고 그 다음 순서는 의회가 알아서 정하도록 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1792년 제정된 대통령 승계법이다. 이에 따르면 부통령이 유고일 때는 연방 하원의장이, 하원의장마저 유고일 때는 연방 상원 임시의장이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연방 상원 임시의장은 다수당의 최고참이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상원 36년 경력의 테드 스티븐스(공·알래스카) 의원이다.
스티븐스 마저 유고 시에는 어떻게 될까. 그 때는 생긴 지 가장 오래된 내각 부처의 장이 대통령직을 이어 받게 된다. 제일 먼저 만들어진 부처가 국무부, 다음이 재무, 국방, 법무 순이므로 대통령 승계도 이 순서대로 하게 된다. 그러니까 스티븐스 마저 문제가 생길 경우 미국 대통령은 최초의 흑인 여성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 승계법은 1886년 하원의장과 상원 임시의장을 빼고 부통령 다음 바로 국무장관이 하도록 바뀌었다가 1947년 다시 법을 고쳐 원위치 시켰다.
국무, 재무, 국방, 법무 등 알짜 자리는 대통령 승계와의 관련성까지 겹쳐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WASP(백인 앵글로색슨 프로테스탄트) 남성이 차지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90년대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당초부터 법무장관에 여성을 앉히기로 작심하고 여성 법무장관 지명자가 둘이나 불법체류자 고용 문제로 중도탈락 했음에도 기어이 세 번째 지명자인 재닛 리노를 법무장관으로 만들었다. 클린턴은 매들린 올브라이트를 첫 여성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는가 하면 노먼 미네타를 첫 아시안 각료로 영입하고 유대계인 리처드 코언을 국방장관에 앉히는 등 여성과 소수계를 중용했다.
이런 성향은 보수 성향이 강한 부시 행정부 들어서도 바뀌지 않고 있다. 부시는 미네타를 교통 장관으로 기용한데 이어 일레인 차오를 첫 아시안 여성 장관으로 발탁했는데 아시안이 두 명이나 각료로 들어가기는 부시 행정부 때가 처음이다. 집권 2기에서도 라이스를 국무에, 곤잘레스를 첫 라티노 법무장관에 앉히는 등 소수계와 여성 발탁에 있어 클린턴을 능가하는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미국 사회에는 아직 소수계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정도는 불과 10여 년 전과 비교해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제는 흑인 여성이 대통령 승계 1순위 각료가 되고 라티노가 최고위 법 집행자가 되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닌 세상이 된 것이다. 라이스와 곤잘레스의 등용은 여성과 소수계라는 이유로 승진을 막았던 유리 천장이 깨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사건이다. 온갖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결국 발전하는가 보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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