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든 존슨 대통령은 텍사스 빈민 가정 출신이다. 고학으로 주립 사대를 졸업한 그는 가난한 멕시코 출신 아이들을 가르치며 빈곤이 가져다 주는 고통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가 훗날 대통령이 된 후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젊은 날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45세의 나이로 최연소 상원 원내 총무를 지내기도 한 그는 ‘정치의 달인’이란 별명답게 1964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를 맞아 총 유효 표로는 61%대 38%, 선거인단 수로는 486대 52이라는 당시까지 미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대승을 거둔다(첫 번째는 1936년 루즈벨트 대 랜든으로 523대 8).
그는 선거에서의 압승을 배경으로 메디케어 등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신설했으며 ‘가난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른다. 공화당은 그의 활약을 맥을 놓고 바라보며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불과 4년 뒤 월남 전황이 악화하면서 존슨의 인기는 폭락, 재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1968년 권좌를 닉슨에게 내준 존슨은 텍사스 목장으로 은퇴한 후 폐인으로 여생을 보내다 5년 뒤 숨을 거둔다. 존슨의 뒤를 이어받은 닉슨은 1972년 선거에서 총 유효 표로는 60%대 37%, 선거인단 수로는 520대 17이라는 압승을 거두지만 불과 2년도 안 돼 탄핵 위기에 몰린 끝에 스스로 물러나는 수모를 당한다.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의 하나인 레이건은 1984년 선거에서 총 유효 표 58%대 40%, 선거인단 수 525대 13이라는 수치로 개가를 올리나 집권 2기 초장부터 이란 콘트라 스캔들에 휘말려 정신을 못 차리다 임기를 마친다. 이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를 되풀이 해 “치매에 걸린 것 아니냐”는 조롱까지 받았다. 나중에 실제로 치매에 걸린 것으로 판명 났지만.
역시 레이건 뺨치게 미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클린턴도 1996년 선거에서 총 유효 표 49%대 41%, 선거인단 수 379대 159라는 승리를 거뒀지만 집권 2기 내내 르윈스키 스캔들로 고생하다 미 역사상 두 번째로 하원에서 탄핵 당하는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제2차 대전 후 재집권한 대통령의 말로는 대체로 신통치 않다.
미국 대통령은 가장 스트레스가 큰 직업의 하나다. 재집권 후 들어가는 백악관은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때의 신선감도 없고 자칫 자만과 게으름에 빠지기 쉽다. 내로라 하는 정치의 귀재들도 집권 2기 때 헤맨 것을 보면 2기 국정 운영이 1기보다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총 유효 표 51%대 48%, 선거인단 수 279대 252로 2004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는 전임자에 비하면 턱걸이를 한데 불과하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축제 분위기고 민주당은 낙담에 빠져 있다. 그러나 내일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오늘을 사는 것이 인간이다. 너무 기뻐할 것도 좌절할 것도 없다. “신이 인간을 벌주려 할 때 그의 기도를 들어준다”는 그리스 속담이 있다. 신은 부시와 공화당의 기도를 들어줬다. 과연 그게 잘 된 일인지 아닌지는 4년 뒤가 돼 봐야 알 것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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