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시인)
다보탑! 경주 불국사 내경에 석가탑을 마주보고 서 있는 탑이다. 이름의 내용 그대로라면 보물이 많이 내장되어 있는 탑이다. 그렇다! 돈으로 값을 칠만한 보물이 아니라 통일신라를 살아가는 온 백성들의 공허한 생활과 그 생활 가운데에서 찾아낸 온 백성들의 갈구, 허기진
눈빛과 가난한 마음이 다보탑을 축조한 김대성의 눈에는 부처님에게 드리고 싶었던 세상의 보물들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나를 보시하면 만배의 이(利)를 얻게된다는 스님들의 말씀을 따라 드리게 된 김대성의 간절한 기도, 인간이 찾고 싶어하는 현실의 염원과 죽어서도 구하고 싶어하는 내세의 평강을 한짐으로 묶어드린 짐, 꼭 값이 나가야 되는 유형의 물질만 보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사정, 슬픈 사정, 아픈 사정, 한이 된 사정, 이런 것들이 모두 부처님이 기다리는 값진 보물이라는 것을 알고 무작정 드린 보시였다.
부처님에게는 보물이 되어 내장된 다보탑, 동양 제일의 다보탑이 된 것이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김대성이란 사람은 생김생김이 묘하게 못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업적에 비하여 대단히 짧게 소개되어 있다. “대성이 이세의 두 부모에게 효도하다(大城孝二世父母)”. 김대성은 경조란 가난한 여인의 아들이었는데 그 어머니 밑에서는 나무나 하고 남의
집 밭갈이를 해 주면서 살다가 출세하기 전에 죽었다.
김대성이 죽던 날, 벼슬 높은 부호 김문량의 집에는 하늘을 깨며 들리는 소리가 있었는데 “묘량리 대성이란 아이가 오늘 죽어 너의 집에 다시 태어날 것이니라!” 한 즉,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과연 대성이란 아이가 그날 죽었다. 그렇게 해서 김문량의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김대성이었는데 태어나고서도 왼손을 감아쥐고 있다가 이레만에 손을 펴니 ‘대성’이란
금쪽패를 손에 쥐고 있었다. 김대성은 그로 인해 두 부모를 모시었다가 훗날 두 절을 짓는데 다름아닌 현세의 부모를 위한 불국사와 전생의 부모를 위한 석불사를 세운 것이다.
한 나라의 대상까지 된 입장에서 김대성은 무엇이 부족했을까?
다보탑 보다도 값진 탑, 김대성이란 사람이 자기 마음속에 쌓아올린 긍휼이란 탑이다.
긍휼이란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다. 전생의 어머니를 가슴이 울먹이도록 가엾이 생각하면서 쌓은 탑, 곧, 사랑이 무엇인가를 전생의 어머니에게서 알게 모르게 교육을 받게 되었고 이를 실천하는 데에는 현세의 어머니가 북돋아 준 긍휼의 현실적인 힘이었다.
현대라는 듣기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못 받았거나, 가진 것이 많거나 없거나, 신앙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종교에는 전혀 관ㅅ미이 없거나 간에 어떻게 하든지 손해는 보지 않겠다고 애를 쓴다. 제 목숨의 기럭지는 어떻게 잘려 나가는지 생각도 해보지 않는 서글픈 인생살이, 그렇게 살면서도 말과 행동과 돈에서는 이득을 보려고 한다.
생활!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지. 생활을 만들어가는 기본의 방법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니까.나는 그런 면에서는 만인에게 동의의 박수를 보내나 거기에는 꼭 동행을 해야 하는 하나가 더 있다. 아니 그것이 알게 모르게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많은 사람들
에게서 보이지 않는다. 긍휼이다.
긍휼은 가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모와 출가한 자식 사이에서로 손해되는 일이 없어야 그 관계가 유지되고, 이득이 될만한 일이 있어야 친구라는 관계도 지속이 되는 세상, 어깨동무 하면서 풀밭 사이를 걷던 때가 그립다.
절은 왜 가며, 교회는 왜 다니나? 더운 여름날인데 사랑하는 사람은 왜 그리워하나? 마음이 지치면 왜 하늘을 바라볼까? 어머니는 왜 보고 싶을까? 고향은 왜 가고 싶을까? 긍휼은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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