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장신구로 실내장식… ‘그때 그순간’기억 새록새록

올 봄만 해도 앞이 뾰족한 구두가 유행이었는데 이번 가을에는 세월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이 앞이 둥글게 뭉텅한 여성용 구두가 유행을 하고 있다. 패션에서 유행이 일상화되면서 우리는 다 떨어지고 못 쓰게 돼서 물건을 구입하기보다는 왠지 ‘요즘 것 같지 않아서’ 또는 ‘새 디자인이 나왔으니까’ 옛것에 미련을 버리고 새것에 마음을 주곤 한다. 그렇다고 멀쩡한 것을 버리기도 아까워서 클로짓에는 모자, 헤어핀, 구두, 핸드백 등의 액세서리들이 칸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장식용으로 거실에 내놓는 실내장식이 새로운 데코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빈티지 액세서리로 거실 좀 꾸며볼까?


손수건·모자·구두등 디스플레이
시대따라 디자인·색상 달라
마치 박물관·도서관 분위기
기모노·한복등도 훌륭한 소도구

현대 주택에서 점점 공간이 커지고 있는 곳은 워킹 클로짓과 화장실이다.
몸치장이 중요시되고 있는 문화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구두 한 켤레, 백 한 개, 모자 한 개만 가진 여성은 없다. 적어도 몇 개씩 많은 경우 혹은 그 쪽에 취미가 있거나 관심이 많은 경우 몇십 개씩 소장하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사태가 이쯤 되다보니 이들을 클로짓에 처박아 둘 것이 아니라 거실로 옮겨 벽면을 장식하고 선반을 꾸미고 마네킹에게 입히거나 씌워서 ‘그 때 그 순간’을 기념하자는 움직임이 조용히 일고 있다.
이런 바람을 타고 유명 박물관에는 요즘 “오래된 의류나 장신구를 거실에 장식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이 심심지 않게 들어오고 있고 e-베이를 비롯한 빈티지 의류 및 액세서리 경매장의 매상이 1999년 이후 80%까지 치솟고 있다.
거실 디스플레이용으로 팔리는 빈티지 의상 중에는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 엘비스 프레슬리의 점프 수트,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파티 드레스 등 다양하지만 꼭 고가를 주고 이를 사들일 필요는 없다.
뉴욕의 실내장식가인 에릭 린스달에 따르면 실내에 내거는 장식용 물건으로는 카우보이 부츠, 군복, 유명 인사가 입었던 의상, 디자이너 레이블이 붙은 액세서리 등이 인기지만 이외에 자신이 기억하고 싶었던 행사에서 입었던 옷, 구두, 모자, 핸드백, 유니폼, 재킷 등도 디자인이 다양하고 색상이 화려하면 피카소의 그림 못지 않게 거실 벽면을 훌륭하게 장식할 수 있다.
뉴욕에 거주하는 한 신문사 편집장인 데릴 첸은 캥거루 가죽을 비롯한 100개의 핸드백으로 거실 벽면을 장식했으며 알록달록한 손수건 수십 개로 자신의 집 복도 벽면을 장식한 박물관 관장도 있다.
이들은 이들 액세서리는 연대에 따라 디자인이 다르고 색상도 다양하며 입체적이기까지 해서 장식품으로 전혀 손색이 없으며 잘만 디스플레이해 놓으면 마치 박물관이나 도서관 같은 분위기까지 연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클로짓도 그냥 옷과 장신구를 보관하는 장소가 아닌 갤러리식으로 꾸며 달라는 주문도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의 건축설계사 밥 웹모어에 따르면 자신의 코너스톤 설계그룹은 클로짓을 갤러리처럼 꾸며 달라는 주문을 연간 50건씩 맡고 있다.
고객들은 클로짓에 습도 조절기와 환풍장치 설치를 요구하는가 하면 유리나 마호가니 캐비닛을 원하고 때론 무도회복이나 털코트, 구두 등을 비치하기 위한 디스플레이용 유리 케이스를 주문하기도 한다.

<정석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