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3회 에릭 번스를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넘긴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A’s전서 강속구 던지며 5이닝 2실점 호투
레인저스, 9회말 대역전쇼… PO진출 야망
지난 3년간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46번의 경기 가운데 단연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이기면 선두와의 승차를 2게임으로 좁혀 팀의 플레이오프 희망을 살려 갈 수 있지만 지면 남은 경기가 10게임뿐인 가운데 승차가 4게임으로 벌어져 사실상 탈락이 확정된다. 박찬호(31)로선 모든 것을 ‘올인’해야했던 일생일대의 승부였다.
23일 알링턴 아메리퀘스트필드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A’s와의 홈 3연전 시리즈 최종전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최고시속 96마일의 시즌 최고 강속구를 뿌리며 5이닝동안 6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2실점은 솔로홈런 2방으로 내준 것. 2-2 동점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레인저스가 2-4로 뒤지던 9회말 3점을 뽑아 대 역전쇼를 펼치는 바람에 팀 승리에 발판을 놓은 당당한 공신이 됐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을 되살리는 9회말 2사후 데이빗 들루치의 꿈같은 2타점 끝내기 2루타로 믿어지지 않는 역전승을 따낸 레인저스(85승67패)는 이로써 선두 A’s(87승65패)와의 3연전을 싹쓸이로 마무리, 5연승 가도를 달리며 남은 10게임에서 더 큰 역전드라마(순위역전)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5이닝동안 사사구없이 삼진만 3개를 잡은 박찬호는 78개의 공을 던져 49개의 스트라익을 기록했다.
그동안 박찬호에게 야유만을 보내던 텍사스 팬들도 이날은 한 마음으로 뭉쳐 매 투구마다 열렬히 응원했을 만큼 빅 게임이었다. 1회초 A’s 선두타자 마크 캇세가 박찬호의 3구 한복판 시속 91마일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대형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리자 경기장은 일순간에 불안감에 휩싸인 듯 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다음 3명을 간단히 범타 처리하고 불안감을 잠재웠고 2회에도 1사후 안타를 맞았으나 병살타를 끌어내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레인저스는 2회말 A’s 2사후 랜스 닉스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 동점을 이뤘고 박찬호가 3회초 1사 2루의 위기에서 연속 삼진으로 위기를 넘긴 뒤 곧바로 3회말에는 2루타를 치고 나간 에릭 영이 마이클 영의 2루 강습안타로 홈을 밟아 2-1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이날 매회 안타를 내준 박찬호는 4회에도 선두 에릭 샤베스에 중전안타를 맞은 뒤 다음 3명을 범타 처리, 리드를 지켰으나 5회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뒤 상대 8번타자인 애덤 멜후스에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가져간 것에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혔다. 볼카운트 3-0에서 스트라익을 잡기 위해 던진 시속 93마일 직구가 한복판으로 들어갔고 멜후스가 이를 그대로 끌어당겨 오른쪽 펜스를 넘겨버린 것. 최소한 공 한 개 정도는 기다릴 줄 알았다가 허를 찔린 셈이었다. 이후 안타 1개를 더 내주고 5회를 마친 박찬호는 2-2이던 6회초 수비에서 에라스모 라미레스와 교체됐고 A’s는 곧바로 스캇 해터버그의 2루타와 저메인 다이의 적시타로 1점을 뽑아 3-2 리드를 잡았다. A’s는 이어 9회초 바비 크로스비의 솔로홈런으로 리드를 2점차로 벌리며 승리를 굳힌 듯 했으나 레인저스의 저력은 대단했다. 9회말 행크 블레이락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따라간 뒤 마이클 영의 2루타와 마크 테세라의 고의사구에 이어 2사후 들루치가 라이트필더 옆으로 빠지는 2루타로 2명의 주자를 모두 홈에 불러들여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낸 것. 기적을 만들어내려는 레인저스의 꿈은 시즌 마지막 주까지 이어지게 됐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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