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시리즈> 지금 서울은---1
▶ 4-50대 중년층 이민 열풍, 기러기 엄마, 아빠 대사관 줄이어
19일 오후 3시 종로에 위치한 주한미대사관 건물앞. 미국비자를 받기 위한 행렬이 대사관을 둘러싼 돌담길 밑으로 이어진다. 줄잡아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터뷰 차례를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최근들어 미대사관에서 80세 이상과 14세 미만을 제외한 모든 비자신청자들에게 인터뷰를 의무화하면서 주한미대사관앞에는 전국에서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모여든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여기에 주한미대사관앞에서 벌어지는 각종 시위와 집회를 진압하기 위해 배치된 전경들과 그들이 타고 온 대형버스 서너대가 대사관 정문앞에 배치돼 있어 혼잡을 더한다.
일부 여행사나 비자대행업체에서 나온 사람들과 그들이 고용한 아주머니들이 전단지와 찌라시를 들고 비자신청자와 대기자들에게 판촉활동을 벌이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등 주한미대사관 앞은 분주함 그 자체였다.
대기석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은 10대 학생에서 60대 연장자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분포돼 있으나 3, 40대 중년들도 적지 않아 보였다. 최근 들어 미국 이민을 신청하려는 중년층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었다. 분당에 거주하고 있다는 유채민씨(46)씨는 “한국의 교육여건이 너무 어려워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 일단 미국에 건너가 그 곳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미국비자를 신청중”이라며 “가족 이민이 안된다면 아이와 엄마만이라도 미국에 보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한 젊은이가 근처에 서있던 여행사 직원으로 보이는 40대 초반 여성에게 학생비자신청과 관련 의문점을 물었다. 그 직원은 학생에게 기다렸다는 듯이“요즘 학생비자를 받기가 어려우니 확실한 신원보증과 재정보증등을 갖춰야 한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기자는 미국행 비자신청자가 러시를 이룬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그 여행사 직원에게 물었다. 그 여행사 직원은 “미국비자 신청자들이 많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요즘은 학생비자를 신청하고 어머니가 함께 떠나는 기러기 엄마들이 비자신청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비자신청을 한다고 해서 모두 비자를 받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부터 모든 비자신청시 인터뷰가 필수로 돼 인터뷰에서 거부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씨가 “한국경제가 불황이라 너무 불안합니다. 미국에 가고 싶지요. 그러나 너무 어려워서 엄두도 못냅니다. 그대신 캐나다, 호주등으로 이민을 계획하는 중년층들이 제 2의 이민붐을 이루면서 각종 이주공사, 여행사에 이민에 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라고 거들었다.
유씨에 따르면 요즘 한국의 직장인들중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바보취급을 받는다는 것. 30대만 해도 아직 소용가치가 남아 있지만 40대로 접어들면서 치고 올라오는 젊은 후배들과 한정된 승진기회로 인한 스트레스로 워크홀릭(일중독증)에 빠지거나 밤잠을 설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이 같은 현실의 탈출구로 이민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서울=이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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