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2장
어디서부터 오는지 흔적조차 잡을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리면서, 지그프리트 왕자는 어느새 은은한 달빛이 수면을 채우는 한 호숫가에 다다르게 된다. 바람은 귀한 신분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는 옷깃과 옷깃 사이로 스며들고 주위는 호수의 고요함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왕자의 호기심과 의구심으로 가득 찬 시선이 수면 위에 고정되는 순간, 우아하고 단아한 자태의 백조 여러 마리가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맑은 눈망울과 바다 같은 이마가 눈이 부신 여인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왕자의 눈빛은 너무나 아름다워 차라리 고개를 돌려버리게 되는 오데트 공주에게 사로잡힌다. 오데트 공주의 머릿결은 신의 손길을 받은 듯 윤기가 흐르고 달빛의 시선을 차지한 그의 얼굴은 너무나 아름다워 오히려 체념의 고독감 마저 들게 한다. 왕자의 마음은 이미 오데트 공주에게 빼앗겨 버렸다. 혹시 달아나 버리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게 공주에게로 다가가는 왕자. 그녀의 아름답고 우아한 얼굴을 보는 순간 왕자는 오데트 공주야말로 여태까지 자기가 꿈꿔왔던 완전하고 운명적인 사랑의 여인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독차지한 오데트 공주의 표정에는 웬지 알 수 없는 수심과 슬픔이 가득 차 있다. 무엇이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지그프리트 왕자는 마치 어떤 의무감이나 책임감에라도 쌓인 듯 공주에게 그 연유를 묻고, 공주는 자신이 악마의 저주에 의해 낮에는 백조, 밤에는 사람으로 변하는 신세를 하소연하며 이 저주의 마법에서 풀리려면 한 남자의 변치 않는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 남자의 변치 않는 절대적인 사랑이라... 지그프리트 왕자는 단 1초도 굳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자신은 이미 평소에 꿈꿔왔던 완전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오데트 공주와 나누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왕자는 공주에세 사랑의 맹세를 하고 다음날 있을 무도회에서 그녀와 결혼을 하기로 약속하고 궁전으로 돌아간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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