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에 둔감한 손님이 타운 내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이 손님은 종업원이 가져다준 물을 조금 마셨다. 일행을 기다리느라 앉아 있는 동안 몇 차례 물만 마셨다. 서너 모금을 마시다보니 이상한 냄새가 났다. 더러운 행주냄새 같았다. 물에서 나는지 컵에서 나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아무튼 역겨운 냄새였다.
종업원을 불러 얘기했더니 아무 말 없이 다른 컵에 물을 채워 가져 왔다. 이 손님은 “식당에서 정수기 물을 기대하진 않지만 불쾌한 행주냄새 나는 물을 마시게 될 줄은 몰랐다”며 사과는커녕 시큰둥한 표정을 지은 종업원의 서비스 불감증을 함께 꼬집었다.
한 한인은 친구들과 다른 식당에 가 점심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반찬을 주섬주섬 주워먹으며 목을 축이려 컵을 들었다. 그런데 컵 가장자리에 고춧가루가 하나 달라붙어 있었다. 하얀 컵에 빨간 고춧가루라 눈에 금방 띄었기에 망정이지 아차 했으면 ‘고춧가루 물’을 마실 뻔했다. 이 손님은 “아무리 실수라 해도 고춧가루 붙은 컵을 내오는 것을 보니 컵 안에 든 물도 마시기가 껄끄러웠다”고 했다.
식당에서 손님에게 주는 물의 성분과 출처를 따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손님들이 몰려드는 식사시간에 정수기 물을 쫄쫄 받아서는 도저히 수요를 댈 수 없다. 정수기 물을 쓴다고 주장하는 곳도 있지만 손님들은 그저 “그런가 보다”하는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커피를 살짝 섞어 수돗물 냄새를 없애는가 하면 보리차 향을 내는 곳도 있다. 중국식당의 오차 누룽지차, 일식당의 녹차 등도 수질을 따지는 손님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 대응전략이다. 그래도 순수한 물을 즐기고 싶은 손님들에겐 식당 물은 여전히 벌컥벌컥 들이키기엔 꺼림칙하다. 그렇다고 식당에서 병물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이상한 사람’이나 ‘결벽증 환자’로 취급당할 지 모른다. 가져다주더라도 병물 값을 식사비에 추가할 수 있다.
건강이 깨끗한 물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돌면서 병물 시장이 급신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만 2억 달러로 추산된다. 청량음료 시장과 병물 시장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건강을 해친다고 해서 뭇매를 맞는 청량음료와 달리 병물은 값이 만만치 않아도 건강을 위한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샘에서 솟아 나오는 물로 만든 병물, 지상에 있는 물을 정제해 만든 병물, 미네랄이 풍부한 광천수 병물, 속이 뻥 뚫리는 탄산수 병물 등등. 병물은 살균효과가 뛰어나고 소독냄새가 남지 않는 오존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미각과 후각을 즐겁게 한다.
최근 주인이 바뀐 타운 식당 중에 병물을 주는 곳이 있다. “수지타산이 맞느냐”는 손님의 질문에 종업원은 “원하면 더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손님이 되레 멈칫해지는 시원스런 서비스이다. 식당들에 병물 서비스의 일파만파를 기대해본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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