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루앤 부부는 지난 몇년간 친구들에게 꼭 같이 가봐야할 ‘와인 페어(Wine Fair)’가 있다고 말해왔다. 뉴저지와 필라델피아 지역에 살며, 포도주를 좋아하고 나누는 것을 즐겨 인근에서 열린 와인 축제 등많은 행사에 함께 참여해 온 세쌍의 부부는 마침내 벼르고 벼르던 일을 감행했다. 바로 2,500마일을 날아가 시애틀에서 열린 ‘워싱턴을 맛보세요’ 와인 페어에 참석한 것. 사흘동안 워싱턴 주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들을 실컷 맛본 이들은 내년에 또 다시 오기로 약속했다.
전국 각지 ‘와인 페어’에 참가자 수십만명
시음회 등 관련행사 끊일날 없이 인기 폭발
나파밸리 경매·보스턴 엑스포 등 특히 유명
포도주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해마다 미국 각지에서 열리는 와인 페어 참가자는 수십만명에 이르며 연중 포도주 시음회나 관련 행사가 열리지 않는 날은 하루도 없을 정도로 행사도 늘고 있다.
www.LocalWineEvents.com을 운영하는 에릭 오렌지는 “2003년에 총 9,335건이 열렸는데 올해는 벌써 40%가 증가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웹사이트인 www.wineevents-calendar.com도 주요 와인 페어들을 소개하는데 운영자인 얼 싱어에 따르면 지난 3년새 행사 건수는 2배가 늘었다. 그저 어느날 밤 스무명 남짓 모여서 한 포도원에서 새로 나온 포도주를 마셔보는 것부터 며칠간에 걸쳐 수천명이 수천가지 포도주를 맛보는 것까지 행사들은 다양하기 이를데 없다.
잘 나가는 사람들은 나파 밸리 와인 경매(커플당 2,500달러)나 네이플스 윈터 와인 페스티벌(커플당 5,000달러)에 몰린다. 내쉬빌에서 열리는 레트 뒤 뱅등 몇개 행사에서는 정장 차림으로 참가하는 만찬에서 희귀 포도주 자선 경매도 열린다. 참가비 같은 것은 문제가 안되는지 아스펜에서 열리는 푸드 앤 와인 클래식은 숙박비나 세미나 참가비를 제외하고도 800달러가 넘는데도 해마다 매진되는 날짜가 앞당겨지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행사들은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것들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와인 브랫츠’의 경우 연간 350회 정도 시음회를 여는데 주로 젊은이들을 상대로 조용히 행사를 치른다. 요즘 포도주 관련 행사 참가자중 급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 젊은층으로 와인 브랫츠의 전무 스티브 라치드슨은 “대졸 젊은층의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대두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와인 브랫츠’의 제목은 ‘당신 만의 메리타주 만들기’였다. 다양한 보르도 품종 포도주를 섞어 만드는 메리타주 와인의 참뜻을 이해시키기 위한 것으로 공동 주최측인 나파의 생쉬페리 포도원측은 대부분이 20대 후반 독신 여성인 참석자들이 자기 취향대로 섞어 마셔보도록 여러가지 포도주들을 내놓았다.
20대 젊은이들을 끌어 들이는 것을 목표로 한 ‘나잇라이프 나파’는 나파 밸리 포도원 협회가 시작한 프로그램. 연방농무부로부터도 15만달러를 지원받아 워싱턴 DC,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등에서 개최한 이 행사에는 40개 포도원 제품들이 선보였다. 포도주에 거리감을 느끼는 25~35세 연령층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도록 장소는 나이트 클럽, 입장료도 싸고(20달러), 늦은 밤(밤 9시30분~11시30분)에 열고 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신시내티, 사우스 비치와 사라토사, 휴스턴, 아틀랜타, 뉴올리언스, 시카고,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롱아일랜드, 워싱턴 DC 같은 곳에는 주말에 대규모 와인 페어가 많이 열린다. 그중 1992년부터 시작된 ‘보스턴 와인 엑스포’는 규모도 미국 최대고 모이는 손님들도 수준이 높다. 올 1월말에도 미국및 외국 포도원 450여개가 출품한 2,000종의 포도주를 1만6,400명의 손님들이 시음했는데 이틀동안 사용할 수 있는 패스가 82달러라 값도 부담이 없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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