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유일의 클레이코트 대회
체력소모 심해…애거시·윌리엄스자매 탈락
가장 힘든 테니스 경기는 코트가 아니라 종종 정신 세계에서 승부가 결정난다. 위대한 챔피언도 심리적 부담으로 침몰한다. 1989년 U.S.오픈 결승에서 마티나 나브라틸로바가 스테피 그라프를 맞아 첫 세트를 이기고 두 번째 세트도 4-2로 리드하고 있다가 역전패당한 것은 유명한 예다.
2주 일정으로 현재 진행되는 프렌치 오픈에서도 정신적인 중압감에 굴복, 스타 플레이어가 무너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의 백전노장 안드레 애거시는 지난 주 거행된 1라운드 경기에서 세계랭킹 271위의 무명 선수에게 스트레이트 세트로 패해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많은 사람들은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렌치 오픈이 메이저 대회 가운데 우승하기가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어느 그랜드 슬램 대회도 우승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프렌치 오픈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1998년 프렌치 오픈 우승자 카를로스 모야는 말한다.
“가장 힘든 테니스 대회는 프렌치 오픈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클레이코트는 어느 코트보다도 선수의 약점을 확연하게 노출시킨다”
프렌치 오픈 준결승에 두 번 진출했던 호세 이게라스는 말한다. 이게라스는 모야를 비롯, 역대 챔피언 짐 쿠리어 세르기 브루게라를 키웠고 지금은 미국선수 토드 마틴을 지도하고 있다.
클레이코트의 신체적 소모는 심리적 소진을 유발한다.
클레이코트는 흙이 공의 탄성을 흡수, 늦게 튀기 때문에 포인트와 포인트 사이의 시간이 길다. 경기 시간이 늘어지고 공을 어깨높이에서 가격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매우 심하다. 시끄럽고 야유가 심한 것으로 유명한 파리 테니스팬들도 선수들의 중압감을 더한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지난 해 쥐스틴 에닝 아뎅에게 패한 후 기자회견을 하다가 화제가 관중 야유로 번지자 울음을 터뜨렸다.
“프렌치 오픈에서 우승하려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프렌치 오픈에서는 포인트를 쉽게 딸 수 없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99년까지 미국 데이비스컵 감독을 맡았던 프로선수출신 톰 걸릭슨은 말한다. 테니스가 엄청난 정신력 소모와 부담감을 동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테니스는 개별 스포츠이기 때문에 단체 스포츠와 달리 의지할 동료가 없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타임아웃도 없다. 또한 경기 도중에는 코치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테니스는 순수한 경기 시간이 전체의 15내지 20%에 불과하다. 대부준의 시간은 포인트와 포인트 사이 그리고 코트 체인지 등으로 소요된다. 이 시간들은 내게 몸과 마음의 여유를 주는 시간인 동시에 상대 선수에게 작전 변경과 새로운 심리전을 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테니스 경기에는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나는 잊을 수 없는 U.S.오픈에서 그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테니스는 도중에 ‘코치, 잠시 휴식이 필요해요’라고 말할 수 없는 스포츠다”
1991년 U.S.오픈 1라운드에서 당시 39세의 지미 코너스와 격돌, 첫 1,2세트를 빼앗고 3세트에서도 3-0으로 리드하다가 유명한 대역전패를 당한 패트릭 매켄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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