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비율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한 은행의 경우 부동산 대출이 전체의 80%를 넘는다고 한다. 다른 한인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비율도 결코 낮은 게 아니다. 낮아서 64%이고 보통 70%대를 넘는다. 40%선인 미국 은행들의 평균 부동산 대출 수준을 훨씬 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기록적 호황이다. 낮은 주택금리에, 전반적인 호경기 탓이다. 한인 은행들의 부동산 융자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호황의 부동산 경기에 비추어 볼 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렌트는 비싸고 금리는 낮다. 그러므로 너도, 나도 적은 목돈 마련과 함께 내 집 마련이 붐이다. 교외의 새 주택단지에 사람들이 몰린다. 입주해 들어가고 보니 앞집도, 옆집도, 또 뒷집도 한인이라는 이야기가 흔히 들린다. 주택 융자의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올랐다. 자연 한인 은행들의 부동산 융자 비율은 높아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다. 비즈니스 융자, 신용 대출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그렇지만 집이라는 확실한 담보를 잡은 대출은 안전하다. 부동산 대출 비율이 미국 은행에 비해 이처럼 유달리 높은 건 이 같은 ‘땅 집고 헤엄치기 식’의 안이한 여신정책에 분명 한 원인이 있다.
한국이 IMF 사태를 맞기 전 한인 은행가에서는 지급보증 대출이 대유행이었다. 신용도가 높은 한국 대기업이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 그러니 이보다 안전한 대출은 없다. 지급보증만 믿고 한인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지사상사를 상대로 무역융자를 했던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잇달아 부도가 나면서 한인 은행가에는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다. 은행마다 적게는 수백만달러, 많게는 수천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던 것이다. 안이한 여신 정책이 불러온 화였다.
특정 분야, 특정 인, 특정 기업에 대출이 편중되는 현상은 은행의 건전성과 안전도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경기는 만년 호황을 탈 수 없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바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다른 경제적 돌발변수도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럴 경우 부동산 대출은 바로 부실대출로 이어져 은행 경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지난 90년대 초 이미 한인 커뮤니티는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서 발생한 대형 연쇄 부도사태를 경험했다. 이 점을 유의해, 아직 경기가 좋을 때 여신의 다변화, 건전화를 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길만이 은행도, 타운 경제도 건강을 해치지 않는 길이 아닐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