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국의 병원 중환자실을 갑작스럽게 찾아보았을 때, 어머니의 모습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입에 잔뜩 파이프와 플래스틱을 문 채로 턱은 빠져 있었고, 어깨와 옆구리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혼자 호흡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기계를 통하여 호흡하고 있었다.
숙모님은 10여일 전에 돌아가신 숙부님을 생각하셨는지 가망이 없는 것 같다고 눈물을 지으셨다. 의정부에서 자주 오시는 누님도 이제 준비를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나가시는 교회의 목사님도 구원과 부활의 믿음을 재확인하셨다. 나도 고향 선산의 납골묘를 돌아보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치유를 위한 기도는 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머니께서 점차로 회복이 되어갔다. 모르핀을 줄이고 의식이 분명하게 회복이 되자 말을 하려고 하셨고, 손으로 무엇인가를 쓰시려고 하셨다. 떨리는 손으로 암호같은 문자를 쓰시면 그것을 알아맞히는 대화를 계속하였다.
그러던 어머니께서 한 주일을 지나면서 회복이 되었다. 월요일에는 호흡기를 떼었다. 성도님의 기도가 하나님께 응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변하여 웃음과 기쁨이 되었다. 어머니도 음식을 조금씩 드시기 시작하면서 빨리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내가 목요일 저녁 마지막으로 찾았을 때, 어머님은 담담하게 손을 흔들면서 나를 보내셨다.
짧은 기간 동안 나는 병과 회복을, 그리고 인간의 비참함과 경이로운 치유를 보았다. 하나님은 조국을 떠나는 나에게 새로운 믿음 안의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하셨다.
돌아온 그날로 남편을 잃은 임 권사님을 심방하였다.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며 온 교회는 그의 가족이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은 성도를 모두 가족으로 부르셨으며 서로 사랑하며 서로 섬기라고 하셨다. 다시 돌아온 일터에는 나의 육신의 어머니도 가족도 없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에게 다른 어머니와 아버지와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셨다.
어느 날 예수님을 찾는 가족이 문밖에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주님께서, “누가 내 모친이며 내 동생들이냐”고 반문하신다. 손을 내밀어 제자들을 가르치며 “나의 모친과 나의 동생들을 보라”고 말씀하신다. 주님은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라고 하셨다. 믿음이 가족이 혈육의 가족 못지않게 중요함을 선언하신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교회를 가족으로 엮어주셨다면, 우리는 멀리 계신 자신의 어머니를 권사님들과 여성도의 모습 속에서 찾는다. 연로한 장로님들과 남집사님의 모습은 우리 아버지의 얼굴이다. 나의 누님과 형님이 교회에서 우리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잠깐 동안의 귀향은 나의 어머니가 누구인지를 새롭게 알게 하였다.
민 종 기 목사 (충현선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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