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조 목사(커네티컷 갈보리한인교회)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가학적인 형벌이 있었다면, 그것은 십자가 처형이었다. 이 형벌은 주로 고대사회 하층계급의 흉악한 범죄자나 또는 군 탈영자, 국가 배신자 같은 정치범들을 처벌하는 저주와 수치의 징벌이었다.
성경은 하나님의 본체인 예수께서 자기를 비어 종의 모양으로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복종하였다고 증거하고 있다(빌립보서 2:6-8). 그것은 겸손과 자기 비하의 극치였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모든 인간의 교만을 부숴뜨리며, 자력 구원의 환상을 파괴한다.
그 십자가 앞에서 모든 인간의 영웅주의와 권력주의 우상은 설자리를 잃어버렸다.그래서 바울 사도는 십자가 수난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않기로 작정하였다고 했다(고전 2:2).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은 기독교 복음의 코너스톤(Cornerstone)이다. 신학자 포사이트(P. T. Forsythe)는 기독교 복음에서 십자가를 제거하면 그것은 ‘교회가 죽게 되어 들어갈 관에 못을 박는 행위’와 같다고 했다.
지구상에 많은 자칭 메시아들(christs)이 있었으나 그들 손에는 참 메시아(The Christ)가 가진 못 자국이 결여되어 있었다. 성경 속의 그리스도
는 우리의 죄와 허물 때문에 못에 박히고 창에 찔린 ‘상처받은 메시아’였다(사53:5). 지금 미 전국에서 상영되고 있는 멜 깁슨의 영화에서 우리는 ‘상처받은 메시아’의 리얼한 모습을 실감 있게 보았다.
원래 피조물인 인간의 죄악은 창조주 하나님의 거룩성에 대한 모욕이었다. 그 죄악은 피조물과 창조주를 분리하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그러나 성자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성부 하나님은 이러한 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며 죄인들과 의지적으로 화해하였다.
그의 독생자의 십자가 수난을 통해 죄인을 용서하고 의롭게 하는 사랑의 하나님이 됨을 우리에게 나타내었다. 그러므로 그 때까지 수치와 징벌의 상징이었던 십자가는 지금 죄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결정적 사랑의 코드(Code of Divine Love)가 된 것이다(요3:16).
이제 인간의 허물을 정죄 하는 모든 율법의 고소장은 전부 취소되었다(롬3:20-24). 다 이루었다(Tetelestai)한 십자가상의 예수의 말씀은 곧 영적으로 파산 선고를 받았던 우리 인간의 죄와 사망과 고통의 빚(Debt)을 모두 대신 청산해 준 구원의 선포였다.
그것은 곧 인간에게 죄용서와 더불어, 우리의 깊은 상처도 다 치료하는 치유의 선포였다. 그러므로 인간은 십자가를 떠나서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과 치유를 경험할 수 없다.
그리스도의 수난은 제자도(Discipleship)의 상징이기도 하다. 예수는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막8:34)하였다. 그리스도 수난의 십자가는 신자의 삶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그것은 신자의 삶 속에서 체험되어져야 하는 명제다.
우리의 옛 사람 역시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져야 한다고 성경은 강조한다(갈 2:20). 그것이 곧 제자의 삶이다. 우리가 그것을 거부하면 할수록, 하나님 나라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죽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십자가의 죽음은 부활을 전제한다.
기독교의 복음은 수난 금요일(Good Friday)에서 끝나지 않았고 부활주일(Easter) 아침에 영광의 승리로 연결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도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사람으로 부활하여 승리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곧 수난의 십자가에서 시작되어지는 영광스런 부활의 축복이다. No Cross, No C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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