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월스님(백운선방)
처음 입산해서 절 집에 살면서 느꼈던 점은, 스님들은 사회에서 우리들이 했던 생각이나 행동과는 정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어서 처음에는 호기심도 생겨났다가 나중에는 어른 스님들의 마음을 헤아릴 때 알쏭달쏭하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판단하면 거의 적중하는 것을 보고 혼란이 오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 의미를 조금은 알 때도 된 것 같다. 윤회에서 벗어나려는 삶과 순환계 내에서의 삶은 그 방향이 당연히 달라야 할 것이다. 인도 성지 순례를 하던 중, 우연히 다람살라의 티베트 사원에서 머물다가 어느 노스님이 추운 날씨에 호미로 밭은 메는 것을 보고, 가지고 있던 장갑을 준 적이 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며칠 안 되어서 같이 살던 노 보살이 길에서 장갑을 주었다고 하며 보여주었다. 그 장갑은 티베트 스님들의 승복과 같은 자주 빛이었고 장갑의 상태는 쓰던 것이 아닌 새것이었다.
그 후 인도를 아홉 번이나 더 갈 기회를 만든 것은 이런 재미있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하는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필연이겠지만). 지금은 이미 입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스님은 그 절에서 가장 도력이 높은 큰 스님이었고 다시 방문했을 때는 주지로 소임을 살고 있었다.
한국 주지 스님들과 다르게, 그 노스님은 주지로 소임을 살고 있어도 개인 돈이 없어서 파드마삼바바가 탄생한 연못으로 성지순례를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었다.
그해 여름 내 친구 텐진과 노스님과 노스님 시봉과 함께, 성지순례를 다녀온 적이 있다. 노스님은 병도 없이 그 해 가을에 입적하였다고 한다. 부지런하고 겸손하며 인자한 노스님의 모습....그 후 티베트의 불교에 관심이 가게 되어 공부할 마음이 생겨났고, 기회는 생각대로 언제나 주어졌다.
티베트 불교 가운데 가장 높은 가르침은 ‘칼라 차크라’ 법회다. 올 해 4월 경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일반인들을 위한 ‘칼라 차크라’ 법회가 있다고 한다. 승려들을 위한 칼라 차크라 법회는 주로 서부 히말라야인 스피띠 지역에서 열리곤 하는데, 그 곳은 히말라야 경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워 신비스러울 정도다.
스피띠는 해발 5,000미터의 고산 지대라서 법회에 참가하는 것은 목숨 걸지 않고는 갈 수가 없다. 가는 길도 험하거니와 도착해서도 고산병으로 죽기도 하는 위험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딜리(Deli)에서 이틀을 걸려 겨우 도착하니 라닥에서도 견디어냈던 고산증세가 이번에는 그야말로 죽음에 이를 정도로 괴로웠다.
앞 텐트에 있던 일본 여성 수행자가 나처럼 눈이 붓더니 죽었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도 걱정을 하고, 아무래도 그날 밤을 넘길 자신이 없었다. 용기를 내어 산 정상에서 법회 단을 준비하는 스님들에게 찾아가 사정을 말하니, 법회 단 밑에서 남모르게 하루 밤을 재워 주었다.
스님들의 기도 덕택인지 하루가 지나니 증세가 완화되어 텐트로 돌아왔다. 법회가 시작되고 하루가 지나자 24세의 젊은 티베트 스님이 고산병으로 폐에 물이 차서 입적하는 등 응급차에 실려 가는 외국인들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법회 마지막 날, 달라이 라마 존자는 살아남은 우리들에게 여러분은 이제 밀교의 가장 높은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밀교를 가르칠 수 있는 스승이 되었습니다라고 말씀하며 밀교 스승이 되는 자격을 위촉해 주었다. 진리를 위해 몸을 버릴 수 있는 자에게만 최고의 단계의 가르침이 주어지고, 밀교 스승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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