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악기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을 해요. 이 악기는 어떤 사운드가 날까하고. 그러면서 전체의 사운드를 머리속에서 만드는 겁니다.
60여명의 단원이 있는 대형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을 작곡하는 14세 청소년이 있다.
김선빈(미국명 케빈·뉴저지주 붐튼 거주)군은 5살때부터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오선지를 그리면서 작곡을 시작했고 8살때는 자신이 작곡한 100여곡 중 30곡을 연주했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때가 6살이었으니 그의 음악적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그냥 머리에 어떤 음악이 그려지고, 그래서 작곡을 했다고 말한다.
그가 미국에 건너올 당시에 받은 추천서에는 ‘안보이는 것을 직접 보는 것처럼 작곡을 한다(서울음대 정태봉 교수)’, ‘어린이의 마음을 하모니나 곡의 구성, 악기 선택에서 완벽하게 보여줬다(전치호 음악평론가)’라고 적혀있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나이(?)답지 않은 천재성이 보이는 케빈은 한국에서 자작곡을 공개 연주한 뒤 미국에 건너왔다. 보다 체계적인 작곡을 배우기 위해서다.현재 맨하탄 소재 메네스 음대 예비학교에서 스티븐 사코에게 작곡을, 토마스 오수가에게 피아노를 사사하고 있다. 어머니 이명자씨는 부모 중에 음악 전공자가 없어 주워왔다는 농담을 많이 들었다며 아들의 재능을 한껏 키워주고 싶어한다.
작곡을 할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를 선호하고 드럼과 심볼즈, 탬버린 등 타악기 사운드가 많이 들어가는 스타일이다.작곡에 대한 영감은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떠오를 때가 많다고 한다. 피아노곡을 작곡할 때는 2-3주 정도 소요되고 오케스트라곡은 1년 정도 시간이 걸려요.음악적 천재성을 빼면 케빈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사교성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하지만 또래들이 좋아하는 ‘사운드 가든’과 같은 록큰롤밴드나 재즈음악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한다.
학교 록밴드에서 드럼과 피아노를 치고 있으며 유스 재즈 앙상블에서 피아노 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취미는 약간 독특하다. 미네랄 등 자연석을 수집한다. 시간이 날 때면 인근의 프랭클린 광산에 가서 기괴한 모양의 광석을 캐와 모으고 있다.
작곡을 할 때나 피아노를 칠 때도 집중력이 산만한 편이라 어머니를 걱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 저것 벌려놓고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보니 마감 시간에 쫓기는 일이 태반이다.
그러면서도 지난 2002년과 2003년 ASCAP 모턴 구드 작곡 콩쿠르에 2년 연속 우승을 했다. 2002년에는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소품곡으로 우승을 했으며 지난해에는 ‘피아노를 위한 3개의 전주곡(Three Preludes for Piano)’으로 또한번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앞으로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케빈은 콘서트 피아니스트나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작곡가 중에서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엘리옷 카터를 좋아하며 피아니스트 중에서는 키스 자렛(Keith Jarrett)가 멋있다고 소개한다. 키스 자렛은 클래식과 재즈 등 다양한 영역의 음악을 소화하며 즉흥 연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다.
스스로 산만한 편이라고 인정하던 케빈이 갑자기 씩 웃으면서 영화 음악을 담당해보고 싶다고 불쑥 말해 어머니를 당황하게 한다. 이유는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작곡하기도 쉬울 것 같아서’라고 한다.
어머니 이씨가 케빈의 음악적 장래를 위해 미국에 왔지만 미국의 음악계가 생각외로 보수적이고 천재성을 가진 청소년들이 많아 마음 고생을 한 적이 있다고 해서일까.케빈은 오는 28일 오후 2시 뉴저지 티넥 소재 ‘퍼핀 컬트럴 포럼(20 E. Oakdene Ave.)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갖는다. 이날 독주회에서는 스승인 오수가와 바흐의 ‘카프리시오와 코체르토 Deks조’를 듀엣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전주곡과 푸가 E 단조’.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에릭 사티의 ‘장미와 십자가의 울림’ 등을 독주 연주한다.
자작곡이며 우승 곡인 ‘피아노를 위한 전주곡’도 당연히 들어볼 수 있다.
<글 김주찬 기자. 사진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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