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월스님(백운선방)
부처님 법이 빨리 쇠퇴하는 원인가운데 하나가 사자는 다른 맹수가 해칠 수 없지만, 사자는 몸에서 생긴 벌레가 사자를 죽인다는 비유로 들 수 있다. 이것은 말법 시대에는 불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바르게 수행하는 스님들을 해치고 정법을 훼손시키면서,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를 위해 진리를 해치는 풍조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온 동포들이 미국에 와서 적응하다보면, 좋건 싫건 이 사회의 나쁜 점에도 물드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불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크게 두 가지가 눈에 띄는데, 하나는 무척 본능적으로 변질된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절 집에 자본주의 의식이 적용되어 시주를 많이 했거나 활동을 많이 한 불자들이 자신의 권력 행사를 하려드는 점이다.
진리의 측면에서 보면 불교는 미국 땅에 와서 더욱 퇴행한 셈이다. 세세 생생 업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애욕과 무지 때문이다. 그러므로 본능적으로 변질된 것은 더욱 윤회할 요인에 가까워진 셈이고,불교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보시를 해도 무주상(無住相)으로 해야 복이 되는 것이다. 강자에게 좌우되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약자에게 더욱 투자와 관심이 요청되는 자비주의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시주했더라도 그것은 자신을 위해 복을 지은 것이고, 일단 시주한 것은 불, 법, 승, 삼보의 공동자산이 되는 것이므로 권력행사를 하면 분수에 맞지 않고 오히려 복을 감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절에서는 스님이 불전에 놓인 시주금을 사용했다고 그 절의 신도들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스님을 벌할 사람은 그 절 주지 스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절의 성지순례법회에 따라 갔더니, 그 절 신도들이 승려인 필자에게도 차비와 공양비를 받는 것을 직접 겪은 적이 있다.
『천수경』도 모르는 불자들인지, 불자(佛子)들이라면 시방(十方)의 스님들에게 귀의해야지, 객 스님의 차비를 걷어 자기 절에 보태는 행위가 진정 바른 불자의 행동일까?
열반하신 성철 큰스님은 이따금 서울 촌놈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점은 앞서가는지 몰라도, 불법에 대해 무지하고 몰상식한 점을 꼬집어 서울 촌놈이라 하신 것이다. 가끔, 너무나 어이없는 일을 겪을 때는 은근히 뉴욕 촌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모르고 한 행위를 욕이나 해서 풀 생각은 없고 모르면 제발 겸손하
게 행동하고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동남아나 동북아시아 등 불교국들이 오늘날까지 국민들의 존경과 신망을 받으며 전통과 불법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제도에 있다고 본다. 돈이나 의욕이 있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절을 운영하게 하거나, 방송을 하게 하거나, 설법을 하게 하지는 않는다.
조계종에서는 부처님 경전에 대해서는 강맥(講脈)이 내려오고 있어서, 같은 문구라도 아무나 자기 감정이나 마음대로 경전해석을 할 수가 없다. 선가(禪家)에서는 인가(認可)를 받는 선맥(禪脈)제도가 내려오고 있어 인가를 받지 않고 스스로 깨쳤다고 주장하면 대망어(大妄語)죄를 범하는 것이 된다. 인가를 받은 사람은 인가해준 선지식의 증명이 있어야 한다.
서산대사 청허 스님은『선가귀감』에서 시주의 은혜를 받는 것은 마치 이씨나 장씨가 숫돌에 칼을 갈고 가면, 자신의 칼은 날카로워지지만 숫돌은 닳아 없어지는 것과 같이, 시주를 받아쓰면 자신의 복이 감소되는 것이라고 걱정하였고 또한 부처님 법으로 세상의 이익을 구하는 것은 업의 불에 땔감을 더하는 격이라 하신 점을 거듭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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