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호놀룰루한인장로교회)
자, 그렇다면 어디에 이런 불행의 가장 궁극적인 원인이 숨어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교회 목회자들의 윤리의식의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을 도저히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교회의 목회자들은 누구보다도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성직자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일반인들만도 못한 탈선의 모습으로 노출되고 있다면 그 것은 심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기된 커다란 문제들만이라도 다시 한 번 반추해 보자.
우선 첨예한 이슈로 등장한 교회 세습의 문제가 있다. 누구보다도 반공을 외치며, 김일성-김정일 정권의 세습을 비난해 오던 대형교회의 지도자들이, 막상 자신들은 교회를 전적으로 사유화해서, 동일한 세습의 방식으로 아들 또는 사위 등에게 공공연히 교회를 물려주었거나 물려주고 있는 기이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이런 행태의 이면에는 철저한 이기심과 기득권 유지에 대한 지나친 애착이 숨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참으로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해야할 이들이, 비단 이러한 교회 세습의 문제 뿐 아니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또 돈 문제에서조차 결단코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역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특별히 소속 교단장이 한 번 되려고 하면 천문학적인 금권
선거를 치러야만 한다니, 이게 어디 오늘 날 정치판만을 비난할 사안이겠는가?
또 목회자들 중에는 왜 그렇게 유달리 가짜 박사가 많단 말인가? 돈으로 산 박사, 대리로 공부해 주고 대신 논문 써주어 딴 박사, 엉터리 외국 신학교에서 한글로 논문 쓰고도 박사라고 행세하는 양심 둔감증 목회자들이 비일비재한가 하면, 최근 한국의 어떤 군소 교단에서는 무려 140여명의 무더기 가짜 박사들이 들통이 나서 지금도 큰 망신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틈만 나면 엉터리 신학교들을 세워서 목회자들을 마구잡이로 배출해내는 군소 교단으로 가면 갈수록 이런 가짜 박사들이 더욱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여신도나 여교역자들을 추행하고 농간하는 불륜 사건이나 성폭력 사건의 이야기는 이제 그렇게 새삼 놀랄만한 이야기도 아니다. 너무 자주 발생하는 일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그럴 수도 있나보다 하는 정도의 얘기가 되어 버렸다.
몇 달 전만 해도, 한국 교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던 유력한 지도자중의 한 사람이 교회의 여신도와 바람을 피우다 불륜의 현장에서 꼬리를 잡히자, 오피스텔 베란다의 에어컨 자락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해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차마 웃지도 울지도 못할 대표적인 사건이다. 그러고도 뻔뻔하게 ‘과로사’라고 발표했다니...
한국 교회는 우선 목회자들이 변해야 산다는 옥한흠 목사의 지적에 고개를 떨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는 지금 안수 받은 목사들만 6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 해마다 배출되는 목사의 수만도 약 3천명씩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목사는 그렇게 많은데, 왜 그렇게 존경받는 목사들의 이야기는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는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홍수가 나면 물은 많지만, 정작 마실 물은 많지 않다라고 했다. 그런 말이 우리네 목회자들의 귓전을 때리고 있어서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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