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월스님(백운선방)
겨울을 지내야 푸른 솔의 지조를 알 수 있듯이, 사람도 어려운 상황일 때 그 본색을 드러내고 그 지조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승가에서는 천상 인간과 지옥 중생에게 똑같은 상황을 주고 어떻게 반응하는가 알아보는 가
르침이 있다.
지옥에 있는 중생들에게 도저히 길어서 먹을 수 없는 숟가락을 주었더니, 서로 서로 먹겠다고 다툼이 일어나는 바람에 결국 서로 먹지도 못하고 다치는 결과만 초래했다고 한다.
똑같은 긴 숟가락을 천상인간들에게 주었더니 스스로 먹기에는 너무 길어서 힘이 들므로 서로 상대방을 먹여주면서 모두 행복하게 잘 먹더라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같은 상황이라도 지혜와 덕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가르침이다. 이것은 불교의 가장 으뜸가는 일체 유심조(一切 唯心造), 즉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든다는 가르침의 한 예이기도 하다. 똑 같은 상황이라도 우리가 마음쓰기 여하에 따라 세상은 한 순간에 지옥도 생겨날 수 있고 천상도 만들 수 있다.
많은 생명을 순식간에 비극의 구렁텅이로 몰고 간 장본인, 빈 라덴은 여전히 방송을 하며 전쟁을 하기를 촉구하면서 이슬람권에서는 영웅 노릇을 한다. 이것은 집단 이기주의의 대표적인 표본으로 자신의 종교가 탄압 당했다고 해서 잔인한 방법으로 보복하면서, 성전(聖戰)이란 명분 하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이 동업(同業)짓기를 종용하는 것이다. 전지전능(全知全能)하다는 신(神)들도 못 말리는 전쟁은 ‘일체유심조’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용되는 표본을 보여준다.
서양인들의 탐험 정신과 침략 문화는 본인들에게는 물질적 풍요와 안락과 부의 축적을 안겨 주었지만, 침입을 당한 나라들에게는 원한과 증오의 씨를 심어주었으며 미래에도 많은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불교에서는 악(惡)에 대한 대치법(代置法)이 악(惡)이 아니라, 자비와 용서인 선(善)이다. 나쁜 인과를 새로 만들지 않고, 이미 지은 인과는 보복 없이 받아야 다시는 악이 윤회하지 않기 때문이다.「금강경」에는 무쟁 삼매인(無諍 三昧人), 즉 쟁론하지 않는 삼매인,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욕심을 여윈 아라한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불교에서는 남과 다투는 것은 수
행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단계로 생각한다.
혹자는 불교국은 가난해서 전쟁을 할 힘이 없다고 폄하 하는 말도 들었지만, 인과(因果)를 알고 있는 불자들은 남을 공격하는 것은 미래에 원수를 만드는 어리석은 일인 줄 알기 때문에 남을 헤치는 것은 안목이 짧은 어리석은 근시안(近視眼)들이나 하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
뉴욕에 살다보니 가까이 사는 중국인들의 삶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그들은 서로서로 합심해서 큰 야채상도 하고 큰 복합상가도 이루면서 남의 눈치에 연연하지 않고 남을 헤치지도 않으면서 의리 있게 자신들의 상점에서 서로 팔아주면서, 활기차게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어쩐지 천상인간을 닮아 보이지 않는가.
게다가 이국인인 승려도 배척하는 법이 없다. 나날이 HSBC(홍콩 상하이 은행조합)이 늘어나는 것은 단지 중국이 인구가 많은 때문만도 아니요, 인건비가 싸기 때문만도 아닌 듯 하다. 일체는 오직 우리의 마음이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국인들의 삶의 모습에서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한 수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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