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에 작은 집 하나를 샀다. 이사 전에 페인트 작업을 하는데 그 일을 책임 맡은 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지난봄에 농장 같은 자기 집에 오리 새끼 30여 마리와 병아리들 그리고 어린 거위 등을 사서 재미있게 몇 달 키웠단다.
어느 날 들오리 떼가 집 앞에 있는 작은 연못에 내려와 자기네 오리와 놀다가 날아갔는데 키워온 오리들도 다 따라갔다는 것이다. 물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단다. 집오리로 알고 키우다가 그 일이 생긴 것이다. 어이없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단다.
필자가 아내의 건강도 안 좋고 목회 한다고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해 아예 여행가는 셈치고 2003년을 마지막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센디에고에서 몇 년 산 것을 빼고는 22년이란 세월은 보낸 뉴요커다.
누구보다 뉴욕의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 하와이의 마지막 여왕이 하와이를 떠나며 불렀다는 ‘알로하웨’ 생각이 났다. 검은 구름 하늘 가리고 이별의 날은 왔도다/ 서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작별하여 떠나가리/ 알로 하웨 알로 하웨/ 다시 만날 때까지.
뉴욕은 악마와 천사가 쉴새 없이 활동하는 곳, 인간과 신의 교제가 가장 많이 뒤엉키는 곳, 만남과 헤어짐이 급한 물살을 이루는 곳, 이 세계의 한 복판, 허드슨강 등허리 따라 먹자 골목들, 예술의 전당, 협작꾼들, 신사 숙녀들, 아름다운 스카이 라인(마천루), 홈레스의 안식처, 형형 색갈의 차량들, 낡은 지하철.....올림픽 정신처럼 빠르게, 멀리, 높이 살 수 있는 곳. 누가 뭐라 해도 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곳이다.
7년 전 고국을 방문하여 어릴 때 살던 고향인 시골을 찾았다. 바로 앞집에 살던 ‘점수 아저씨’를 만났다. 사나운 검은 황소를 키워 어릴 때 무서웠던 추억이 되살아났다. 반가웠다.
공장 지대로 변해 황량해진 고향을 지키고 있는 그는 한 마리의 집오리였다. 어려서 만났을 때 몇 년을 사셨는지는 모르지만 그 후 40여 년간 고향을 지키고 있었다. 작고하신 아버님의 문안을 물으며 먼 하늘을 응시하고 있던 그에게 백발이 성성한 촌부의 모습이었지만 경외감 마저 들었다. 그가 고향의 정감을 되살려 주어 너무나 감사했다. 원래 집오리 체질인 내가 들오리가 되어 이 곳에 날라 와 어떻게 살지 궁금하다.
뉴욕에서 만난 친구들은 물론 계리사, 보험에전시, 치과, 변호사, 산부인과, 소아과, 이발소, 세탁소, 동양 그로서리, 교회, 차 정비소...20년 넘게 한 곳으로만 다니던 진돗개(한 주인에게만 정을 줌)가 이제 세파트(주인이 바뀌면 정을 바로 새 주인에게 줌)와 살게 되었으니...
그간 지켜 주신 하나님께와 사랑 받던 본지(本紙)와 집오리로 제2의 고향 뉴욕을 지키시는 모든 뉴요커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과 감사를 드린다.
누군가 인생은 생자필멸(生者必滅)이요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했던가? 낳으면 죽고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세상 이치(理致)련가?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영롱한 꿈을 안고 살아간다.
김길홍 목사(믿음장로교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