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첫 ‘한마음’ 회보의 표지를 보니 눈에 덮인 치악산 상원사 견성암 터의 오층석탑 앞에서 스님들이 합장하고 서 있는 사진이다. 치악산은 강원도 원주시의 동쪽에 있는 험준하고 아름다운 산으로 북쪽에는 주봉(主峰)인 비로봉(해발 1288m) 아래에 구룡사, 남쪽에는 남대봉(해발 1182m) 정상 부근에 상원사 두 천년 고찰이 있어서 더 유명한 산이다.
상원사는 해발 1050m의 고지에 남대봉을 뒤로하고 바위 절벽을 딛고서 남쪽으로 괴로움과 슬픔 많은 세상을 내려다보며 초연히 자리잡고 있는, 신라 때 무작 조사가 창건한 조그만 고찰이다. 그 아래에 견성암이라는 토굴이 있어서 1960년대 초부터 6년간 대행(大行) 스님께서 상원사를 중창하고 수많은 중생들을 제도하며 보림하신 곳이다. 그 때에 큰 호랑이 한 마리가 항상 스님을 지켜드렸다 한다. 지금은 건물이 없어지고 십여 년 전에 제자들이 뜻을 모아 세운 오층석탑이 성스러운 땅을 지키고 있다. 그 곳은 제자들에게 특별한 성지가 되어 있다.
일년 전 우리 일행 8명은 눈이 내려서 더 아름다울 것이라며 순례를 갔다. 길이 미끄러워 산에 오르기가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더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깊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눈꽃이 가득히 피어 있는 숲 속의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공기는 순수한 생명의 향기를 담고 있었다. 길을 따라서 얼어붙은 계곡의 바위들 사이로 얼음 속을 흐르는 맑은 물의 차가운 소리를 들으며 산죽(山竹)의 푸르름을 따라 올라갔다. 견성암에 가까워질수록 눈 덮인 산은 그 신비와 장엄을 더했다.
하얀 능선의 장엄한 품에 안긴 눈꽃 속의 견성암은 오층석탑을 중심으로 밝고 평화로웠다. 우리는 스승님의 거룩한 수행과 끝없는 보살행원을 생각하며 예배 발원하였다.
스님께서는 한 벌 옷으로 풀뿌리와 나무 열매를 드시면서 여러 해를 산과 들을 걸으면서 고행(苦行)하신 후에 이 토굴에서 삼십이옹신을 나투시며 중생을 제도하시는 관세음보살과 같이 보살행을 나투셨다.
스님께서는 문을 닫고 내다보시는 일이 없으셨으나, 하루에 5-6백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고 그들의 문제는 해결되었다 한다. 스님께서는 악인과 선인을 차별하지 않고 아픔을 함께 하시고자 하셨다.
그러나, 백 명에 한 두 명은 가피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왜? 다 같을 수 없는가? 눈물을 흘리시다 서산에 지는 해를 보고 눈물을 거두셨다 한다. 여기에서 저 산봉우리 너머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를 바라보시면서 눈물을 흘리셨고 영원한 진리를 깨달으셨겠지 생각했다.
원공 스님(뉴욕한마음선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