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재료들을 투명한 유리병에 보관하면 눈에 보일 때마다 해먹을 수 있어서 좋다는 강태녀씨. 세어보니 크고 작은 김치병이 무려 115개에 달한다.
사업가+커리어 우먼+현모양처 강태녀씨
식품보관용 병 무려 115개
냉장고속 재료들 일사분란
미용에 재봉실까지 갖추고
일손없이 식구들 건강지켜
스킨케어 원장, 한의사, 한인회 이사, 평통위원, 도서관후원회 부회장, ALU대학 미용학 학장…
이런 굵직굵직한 직함들을 여러개 갖고 시간을 분초로 쪼개 쓰며 사업하는 여성이 집안살림을 완벽하게 한다면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나도 믿지 않았다.
“강태녀씨가 음식을 너무너무 잘 한다”고, “도서관후원회 행사 때면 모두들 강씨가 해오는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만 기다린다”고, 한 회원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걸 몇번이나 들었으면서도 믿지 않았다. ‘어디서 사오거나, 직원들 시키는 거겠지’ 내가 보아온 강원장은 통크고 손큰 여장부요, 사업가에, 미용계의 커리어 우먼이었지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 내 입에서 연속적으로 ‘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엌의 여왕, 정리의 여왕, 살림의 여왕… 무엇이라 표현해야 좋을지 말이 궁한건 또 처음이다. 너무나 완벽해서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현모양처 살림꾼이었던 것이다.
우선 집에 들어서면 부엌 한쪽 벽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수많은 병들을 보고 경악하게 된다.
이게 다 뭐야? 크고 작은 김치병에 온갖 잡곡과 말린 나물들, 견과류, 건어물, 고추장, 된장들이 가득하다. 세어보니 무려 115개. 각 병에는 보리, 콩, 팥, 수수 같은 잡곡들로부터 고춧가루, 밀가루, 쑥가루, 버섯, 인삼, 은행, 대추, 버섯, 계피… 파스타도 종류별로 들어 있고, 이름도 다 열거할 수 없는 식품재료들이 병마다 들어 있었다.
“눈에 보여야 해먹지요. 안 보이면 잊어버려서 못 해먹잖아요. 완전히 마른 재료를 넣어두면 절대 벌레도 안 생기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답니다. 김치병은 식초 한방울 섞은 물에 깨끗이 씻어서 하룻밤 물에 담가 놓으면 냄새가 완전히 빠지죠”
냉장고들과 김치냉장고를 열어보면 벌어진 입이 더욱더 크게 벌어진다.
반가공 혹은 완전조리된 음식과 재료들을 납작하게 눌러서 얼려둔 비닐 팩들이 아래부터 위까지 빼곡하게 들어있는데 무엇이 무엇인지 다 구분도 할 수 없을 정도.
파, 마늘, 무, 양파 등 온갖 야채 썰어둔 것, 미리 데쳐서 팩해둔 배추, 미역과 온갖 나물들, 잡곡밥들이 일인분씩 얼려 빈틈없이 쌓여있다. 보리·팥 삶아놓은 것, 콩·현미 불려놓은 것, 대추·은행 씨 빼서 썰어놓은 것… 밥 할 거리, 국 할 거리, 찌개 거리, 하다 못해 오믈렛 만들 거리까지 비닐팩 하나에 다 준비돼있으니 그냥 꺼내기만 해도 한 상 차리는건 일도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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