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방학을 하면 언제나 외할머니 집으로 갔다. 외할머니에게는 아들이 없어 내가 유일한 사랑의 대상이었다. 여름 방학 한 달을 외할머니 집에서 보내고 돌아가면 곧바로 할머니는 늦은 여름부터 겨울 방학을 시작할 때까지 넉 달을 손자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신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밤을 주워서 땅 속에 저장을 해 두기도 하고 나물들을 말려서 반찬 준비를 해 놓는다. 그리고 겨울 방학이 끝나 돌아가면 다시 여름 방학에 외손자를 만날 날을 손꼽으며 준비를 한다. 강에서 동네 사람들이 잡은 물고기를 사기도 하고 얻기도 하여 말려서 저장을 해 둔다. 나는 사랑을 받은 기쁨으로 빠짐없이 방학이면 외가 집을 가곤 하였다.
이러한 시절이 지나 나는 성년이 되었고 더 노쇠하여진 할머니께서는 나와 이 세상을 하직하고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먼저 가셨다. 이후 나는 나도 알지 못하는 이상한 힘에 이끌려 나의 인생이 할머니께서 기도하시던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흡사 지구의 무한한 중력의 힘에 이끌려 지구 위의 모든 사물들이 지구의 표면에 안착하듯이. 우주 공간에 떠돌던 혹성
들이 블랙홀의 이상한 힘에 빨려들어 가듯이.
이후 그분이 원하던 대로 가장 집 가까운 곳에 교회를 두고 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결국 그분이 원하시던 신학을 하였고 그분이 소원하던 목회자가 되었다. 물론 이상한 힘 가운데서 신앙의 갈등을 겪으며 나의 신앙을 정립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였지만.
어릴 적 나는 그분이 나에게 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고 받기만 하였다. 그러나 성년이 되고 그분이 내 곁을 떠나신 것을 깨달은 나는 그분이 나에게 무엇을 주었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그분이 나에게 베푸신 이상한 힘에 끌려 그냥 나의 생명이라도 바칠 듯이 그분이 기도하던 곳으로 나의 삶을 바꾸고 있었다. 그분이 나에게 사랑을 주었음을 깨닫는 순간 나에게 이상한 힘이 작용하기 시작하였다.
사랑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그러나 사랑의 이상한 힘이 발동될 때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받는 자가 진정한 사랑을 받았음이 확인될 때까지, 그 사랑은 나에게는 더 없이 고귀한 것이었음을 깨달을 때까지, 그리고 그 사랑이 희생과 삶의 고귀한 것을 주는 것이었음을 깨달을 때까지.
진정한 사랑은 이상한 힘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도
힘이 작용하지만 주는 사람에게도 이상한 힘이 작용을 한다. 사랑으로 줄 때의 마음은 긍정적으로 나도 모르게 변화하고, 넓어지고 그리고 온유하게 된다. 그래서 미운 사람에게 떡을 주면 미움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혹은 불쌍한 마음으로 바뀌어 진다.
주는 것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가운데 인격이 부드러운 인격으로, 넓은 가슴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환희의 얼굴로 바뀌어 진다.주는 마음이 되었을 때 나의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으로 변화되고 하나님이 주시는 꿈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주는 삶이 될 때 세상을 이끌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진정으로 사랑이 담긴 것을 주는 사람이 되자.
격려도 주고, 칭찬도 주고, 믿음도 주고, 지혜도 주고, 도움도 주고 물질도 주자. 내가 가진 귀한 은사들을 주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사랑의 힘에서 오는 신비한 선물을 받으며 인생을 풍요롭게 하자.
지준호 목사(헌츠빌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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