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새해 아침이 밝아 왔다. 영겁의 시간 속에서 새해를 만든 것은 무슨 까닭이 있지 않을까. 새로운 마음으로 무엇인가 다시 시작하길 바램은 아니었을까. 새해에는 모두를 평등하게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세상사람들 아니 미물조차도 모두 행복하고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다. 결벽증 같은 깔끔을 떨면서 먼지 하나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좁은 마음이 아니라, 이 사람도 좋고 저 사람도 좋고,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은 태평양같은 마음을 쓰고, 더 나아가 그들의 모든 허물을 대신 참회해 주고, 대신 뒤집어쓰고 행복해 하는 진정한 보살이 되었으면 한다.
겉만 보고 쉽게 판단하고 포기하고 절망하는 조급성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이 되어 기다려 주고 이해하고 용서해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연말에 청화 큰스님이 주석하시던 성륜사를 찾았더니, 어느 노보살님 말씀이 사람은 마음 쓰는대로 되더군.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나의 마음을 쓰면 우리도 언젠가 남들처럼 하나가 될 수 있을 텐데.....하나님을 모두 믿으면 될까? 아니면 부처님을 모두 믿으면 될까? 아니면 종교를 모두 버리면 될까? 하나님을 모두 믿어버리면 평생 수행하는 스님들이 할 일이
없어질 것이요, 부처님을 모두 믿어버리면 많은 신부님과 목사님들이 직업을 잃을 것이요, 종교를 모두 버리면 문화와 정신이 쇠퇴할 것이니 그것은 어려운 것이다.
성륜사 노보살님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도인(道人)이 나와야, 나라가 편안한 것이여. 3500년 전 경에 만들어지고 지금도 여전히 힌두교의 성전인 ‘리그베다’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그대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거든, 그대들의 마음을 모두 하나로 만드시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는 한 마음이 되어 기적과 같은 성과를 거두고 온 국민이 모두 행복했었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하나의 사물도 서로 보는 방향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우리들이 어떻게 하나의 마음이 될 수 있을까. ‘아함경’에는 깨달음을 성취한 도인은 세상의 실상(實相)인 공(空)을 보며, 무념(無念)이며, 무원(無願)이라고 한다. 결국 하
나가 되기 위해서는 무념이 된 도인이 되어야 할까보다. 그것은 번뇌가 모두 끊어진 경계, 맑은 거울 같은 경지이니 모두가 도인이 되기는 너무 어
려운 일 아닌가. 눈에 빤히 보이는 물체(色)를 공(空)으로 보며, 걸인과 미치광이를 보현과 문수로 보며, 일체 중생을 부처님과 같이 공경하고 평등하게 사랑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 같다.
아무래도 나를 반겨주고 관심 있어하는 가까운 식구들이 나에게 좋은 것이 사실인 것을...좋은 대로 사는 것 때문에 우리에게는 많은 장벽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선종(禪宗)의 3조(組)이신 승찬 대사는 ‘신심명’에서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네, 오직 간택함을 꺼릴지니. 다만 미워하고 좋아하는 마음만 쓰지 않으면, 훤출히 명백하게 된다네.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나에게 해 입힌 사람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으며, 나에게 은혜를 베푼 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우리가 깨달음과 멀어진 가장 큰 이유는 ‘나’라는 것이 주범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나’라는 집착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 그것은 마음이 무지하여 무분별(無分別)의 지혜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니, 마음을 닦는 수밖에 없다. 갑신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무지(無知)에서 벗어나 모두 하나 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운월스님(백운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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