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96가 스튜디오
한인정서 듬뿍 담긴 작품 눈길
옛부터 한국에서는 금기시 된 여자도공의 길을 30년간 걸어온 명인 장금정씨가 400년전의 숨결이 느껴지는 조선 막사발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다.
뉴욕 전시를 위해 맨하탄 96가에 자리 잡은 그의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하동 새미골 가마에서 구워낸 투박하면서도 순박한 막사발들이 눈길을 끈다.
막사발은 조선의 가장 대중화된 서민의 그릇으로 국그릇과 밥그릇으로 쓰였고 임진왜란때 왜군이 전리품으로 하동 새미골의 도공들을 쓸어간 후 일본에서는 ‘이도다완’이란 이름의 국보가 되었다. 조선에서는 개밥그릇으로 푸대접받던 막사발이 이제 장씨의 손을 거쳐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장씨는 어릴 적 한의사였던 할아버지 밑에서 약사발로 나온 막사발과 동네 산에 쑥을 캐러 갔을 때 주변에 흩어진 사기 조각들을 보며 질박한 막사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남편과 사별 후 막사발에 일생을 건 그는 하동의 새미골에 가마를 짓고 차사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용도로 쓰였던 막사발은 한국에서는 거들떠보지 않아 맥이 끊긴 반면 일본에서는 예술품으로 취급받았고 일본인들이 보기에 특히 찻잔으로 최고였다.
막사발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막사발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 뉴욕에 왔습니다.일본을 제외하고는 해외 전시는 뉴욕이 처음이다.그의 스튜디오에 진열된 120점의 막사발은 하나 같이 다른 색을 띠고 있다.
흙에서 나오는 색깔이 저마다 다르고 가마의 온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띠게 돼 같은 색의 그릇이 나올 수 없다는 것.밑동에는 유약이 개구리알처럼 맺혀 꽃을 이루고 있는 ‘꽃핀 눈박이 사발’ 외에도 차주전자와 물을 담는 수구, 작은 찻잔 등 막사발을 만든 조선시대 도공들이 살던 새미골에서 수백년간 내려온 흙으로 만들어진 그릇들이 전시 중이다. 다기와 같은 일부 작품은 판매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방문객들을 사로잡는 것은 막사발에 담긴 차맛이다.
장씨는 스튜디오를 찾는 사람들에게 우전차와 중노차, 매화차, 차잎의 새순으로 만든 새작차 등 막사발에 우리의 은은한 차 맛을 볼 수 있는 다도 시범도 보여준다.
차그릇의 쓸쓸하고 고독한 색깔에 매료돼 74년부터 차사발을 굽게 됐다는 장씨는 막사발은 아무렇게 사용되는 그릇이 아니라 편안하게 맛을 보라는 의미에서 이름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재현한 조선 막사발은 인터넷 사이트에 ‘다모 폐인’을 등장시키며 화제의 드라마가 됐던 ‘다모’에 이어 요즘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인기드라마 ‘대장금’에서 선보이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집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의 무대가 돼 그의 막사발은 방송과 스크린을 통해 유명해지며 일부는 ‘새미골 막사발’이란 브랜드로 상품화되기도 했다.
장씨는 세계에 조선 막사발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30년간 소중히 간직해온 자신의 작품 150점을 들고 지난달 뉴욕에 왔다. 2월초 뉴욕 전시를 마친 뒤 LA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올 여름께 독일에서 개인전을 가질 계획이다.
▲장소: 42 W.96th Street 2nd Fl. #4
▲문의: 212-222-8380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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