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뮤지컬이나 음악을 좋아해서 여유가 있을 때에는 좋은 작품이 있다 하면 주머니 사정을 가리지 않고 관람하곤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뮤지컬은 ‘레미제라불’이다.
1987년 3월12일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보인 이래 금년 5월18일 공연으로 막을 내린 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사상 ‘캣츠’에 이어 최장기 공연기록을 수립했다. 나는 이 작품을 두 번이나 관람했지만 이 작품이 막을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섭섭했는지 모른다.
그러면 왜 레미제라불이 다른 수많은 작품들을 제치고 관람자들의 마음을 오랜 세월 감동시켰는가? 한 번 그 이유를 나름대로 밝혀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주인공 ‘장발장’이라는 인물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제작자 카메룬 멕킨토시는 원작에서 사족을 모두 빼고 장발장이라는 인간의 변모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을 만들었다. 이유는, 관람자들
이 장발장이라는 극중 인물의 변화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강렬한 감명 속으로 침잠하게 하였던 것이다. 카메론이 묘사한 장발장의 모습은 3단계로 나누어진다. 첫 단계는 바로 형사 자베르가 알려주는 수인번호 ‘24601’로 통하는 인격을 상실한 강도의 모습이다. 장발장은 수인번호로 불리기를 거부하지만 아직도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이기적인 강도일 뿐이다. 과거 저지른 죄에 대한 회개는커녕 사회환경을 탓한다.
두 번째 단계는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 자녀로서 살기를 맹세하고 장발장은 없다고 외치는 회개의 단계이다. 유명한 노래 나는 누구인가?(Who
am I?)는 이 작품의 백미 중 하나다. 출옥 후 세상의 냉대 속에서도 자신을 형제로 대해주고 따뜻하게 대접해주었을 뿐 아니라 은촛대를 훔쳐 달아난 죄를 덮어주고 오히려 은식기까지 준 신부님의 사랑을 계기로 장발장은 이기주의자이며 강도였던 장발장에서 자선사업가이며 시장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마들레인이 된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온전한 희생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단계이다. 자베르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수레에 치여 죽어가는 사람을 구해줄 뿐 아니라 ‘장발장’이라는 혐의를 쓰고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정체를 밝힘으로 다시 둘론 형무소에 수감된다.
판틴이 죽어가면서 부탁한 코젯을 구하기 위해 탈옥하고 코젯을 딸로 양육하며 여생을 보낸다. 그러던 중 코젯이 사랑하는 마리우스를 구해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던 형사 자베르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준다. 자신의 전과가 코젯과 마리우스의 삶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두 사람을 떠났다가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사방으로 수소문하여 장발장을 찾아온 코젯과 마리우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죽음을 맞은 장발장에게 판틴과 에폰느의 유령이 나타나서 손을 내밀고 천국으로 인도하는데 마지막 노래의 가사가 너무도 아름답다.
내 손을 잡으세요/ 나를 구원으로 인도하세요/ 내 사랑을 받으세요/ 사랑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십시오/ 과거에 들었던 진리의 말씀을/ 다른 이를 사랑하는 것은/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것이랍니다.
김진태목사(얼라이언스신대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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