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거리에는 색색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빛나고 있고 눈까지 내려 연중 연말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올해는 음력 29일이 동지인 노 동지(老 冬至)라서 노인들이 세상을 많이 떠난다고들 한다.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 분 안 남아계시는 큰스님들이 모두 열반에 드시는 한해이기도 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세계 여러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겠지만, 기존 전통의 가치관과 날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조화시키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어서, 순발력 있는 지도자와 지혜롭고 덕 있는 리더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고 그 것에 따른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에게는 지역의 분단 이전에 분열된 우리의 마음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해야겠다.
이념의 대립, 종교간의 대립, 세대간의 격차, 지역간의 대립, 계층간의 대립...셀 수 없는 대립 속에서 무엇보다도 행복하지 않은 것은 우리 자신들이다. 그 결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데 한국에는 매일 자살하는 노인이 70명이 된다고 한다. 유교사회가 무너지고 서구의 자본주의 사회로 전환되면서, 삶의 방식이 바뀌고 생존의 구조가 바뀌는 가운데 가장 희생이
큰 대상이 바로 노인들이다.
자신들은 부모들을 잘 공양했고, 집까지 팔아 희생적으로 자식들을 가르쳤는데 정작 알아주고 보살펴야할 자식들은 시간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못해 자신들이 혜택을 입은 부모들에게 갚을 여건이 못되는데다가 IMF 이후에는 자신들이 생계도 막연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들은 불평할 수도 없고 자식들의 여건을 이해하다보니 마지막 택하는 길이 자살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회의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자살현상은 엄밀한 의미에서 타살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어찌 노인들만의 문제이겠는가? 젊은 시절 없는 노인이 어디 있겠으며, 늙지 않는 젊은이가 어디 있겠는가?
’아함경’에는 번영하는 나라에 대한 조건이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다. 첫째, 서로 자주 모여 바른 일(正 事)을 논의하는 나라는 번영한다. 둘째, 정부와 각료가 화순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공경하면 번영한다. 셋째, 법을 만들고 예의와 법도를 어기지 않는 나라는 번영한다. 넷 째, 부모에게 효도하여 잘 섬기고 스승을 공경하고 따르는 나라는 번영한다. 다섯 째, 조상을 공경하고 지성으로 받드는 나라는 번영한다. 여섯 째, 여성들이 가정을 참되고 바르게 가꾸고 정결하게 하며 말이 삿되지 않으면 번영한다. 일곱 째, 승려들을 으뜸으로 섬기고 공경하며 우러러보고 공양하기를 게으르지 아니하면 번영한다 하였다.
미국에서 유대인들은 매우 성공하였으며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그들은 곳곳마다 유대인센터를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모여 토론하고, 자신들의 전통과 종교를 우직하리만큼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으며 다른 전통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았으며 미국 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여 세계를 조종하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가까이 있는 그들의 지혜를 우리들은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자화상과 비교되지 않는가?
운월스님(백운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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