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주미 한국 대사는 16일 LA 타운 홀 모임에서 ‘북한 도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한반도 현안에 대한 경연을 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북한의 딜레마 (한승주/ 주미 한국 대사)
북한은 우리에게 철학적, 지적, 정책적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철학적 측면으로는 국민은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정권 지도자들은 고급 포도주와 자동차를 타고 인생을 즐기는 정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 연방 의회에서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고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내 탈북자들을 돕는 것을 주안으로 하는 북한 자유 법안이 상정돼 있다. 그들은 돕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러다 북한 인들이 탈출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도덕적 딜레마가 남아 있다. 북한 핵 문제는 해결해야 하지만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자기 국민의 고통에 냉소적인 북한 정권이 아닌 주민들을 도울 수 있을까.
북한이 던지는 지적인 문제는 과연 북한 정권이 얼마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 북한 정권 붕괴가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혹은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이것이 외부의 힘으로 이뤄져야 하나 내부적으로 이뤄져야 하나 등등이다.
정책적 측면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미국의 공격 억제 수단은 물론 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려는 협상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10년 전 내가 한국 외무장관으로 있을 시절 이뤄낸 제네바 핵 협정은 완전한 성공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실패도 아니었다.
올해 말 열릴 예정이던 6자 회담은 결국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일부에서는 이를 북한의 시간 벌기 작전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핵 협정의 미래를 낙관한다. 그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미국은 북한 안전 보장을 해줄 용의가 있다. 둘째 중국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셋째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북한이 협상 전제 조건으로 핵 문제 해결에 앞서 경제 원조 등을 해줄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핵 동결 우선을 고집하고 있는 미국과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 핵 문제가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북한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가능성은 추측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이 6자 회담을 미루는 것은 핵을 개발해 배치하기까지 시간을 끌기 위한 술책이라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이것이 단지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작전이라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2004년 대선 결과를 기다려 입장을 정하겠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과연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있는 것일까. 북한은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 개발을 모색하고 있지만 핵 문제 해결 없이는 이에도 한계가 있다. 또 중국은 핵 폐기에 다른 어떤 나라에 못지 않은 큰 이해가 걸려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질 경우 중국 본토 전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 아래 들어오게 되며 일본과 대만 등 동아시아 각 국의 핵 개발이 불가피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핵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이룰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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