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층, 유교적 사고 방식 탈피.보수적 이념 거부
▶ 군사문화 사라지고 진보적 사고의 ‘르네상스’도래
성전환 수술, 그리고 성전환자의 활발한 연예활동, 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 선언, 혼전동거, 연예인들의 잇따른 누드화보집 발간, 젊은 여성들의 공공장소 흡연...
아시아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인 한국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개방적인 사고가 널리 퍼져나가면서 여태까지 터부시되던 것들을 관대히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등 사회적 규범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네판이 16일 보도했다.
서울 근교에서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이경은(28)은 지난 1995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하리수’로 이름을 바꾼 후 연예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공영 TV에서 나흘간에 걸쳐 그의 생애를 다룬 시리즈물을 방송하자 할머니들 조차 눈물을 흘리며 이를 시청했다.
당국도 그의 성전환을 공식 인정했으며 그는 트랜스젠더 우먼으로 다양한 쇼에 출연하는가 하면 패션잡지에도 등장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새천년에 접어들면서 훨씬 더 개방적인 국가로 변모했다”면서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그리고 여성의 권리는 이전에는 결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으나 이제는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우리는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내가 바로 그 증거”라고 말했다.
3년전 자신을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시인, 방송계를 떠났던 홍석천은 최근 방송에 복귀해 시트콤에서 공공연한 `게이’ 역할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혼전 섹스는 오랫동안 금기시돼 왔으나 최근 20대 혼전 커플의 동거를 다룬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인기리에 방영되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촬영이 붐을 이루는가 하면, 남성과는 달리 여성에 대해서만 흡연을 백안시 하는 풍토를 개선하고자 일부 여대생단체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행사를 가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1987년 군사독재 정권의 통치가 끝난 후 민주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한국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던 군사문화가 사라지고 진보적 사고의 르네상스가 도래했으며, 특히 군부 통치자들의 보수적 이념을 거부하던 젊은 대학생층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인터넷의 급격한 확산이 사회규범의 변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사회학과의 김문조 교수는 “한국은 반세기만에 잿더미에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한 압축성장의 전형”이라면서 “그에 따라 사고방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문화적 분야에서 한국사회가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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