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이 일본에 심취, 일본을 무대로 하거나 일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을 여러 편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영화들의 주제도 무술 액션영화에서부터 성숙된 사랑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스튜디오들이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에서 황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영화 중 현재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은 탐 크루즈 주연의 ‘마지막 사무라이’(The Last Samurai). 지난 5일 대부분 비평가들의 호응 속에 개봉된 이 영화는 7일까지 주말 3일간 총 2,43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에드워드 즈윅(영광)이 감독하고 크루즈와 함께 일본의 인기 TV 배우인 켄 와타나베와 모델 출신의 미녀 코유키가 공연한 ‘마지막 사무라이’는 메이지 천황 집권 초기 사무라이 문화에 심취해 일본 복장을 하고 칼을 휘두르는 양키 사무라이의 유혈 액션 대하사극이다.
크루즈가 일본 전통 복장을 하고 일본말을 하면서 키모노를 예쁘게 차려입은 코유키와 로맨스까지 나눈다. 크루스는 할리웃이 일본에 애정을 표시하고 있는 까닭을 사무라이의 칼과 의상 그리고 장려한 풍경 등에는 그 무언가 영원히 멋진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일본을 무대로 한 영화 중 제일 먼저 개봉된 것이 지난 9월 중순 개봉된 ‘도쿄에서의 방황’(Lost in Translation, 현재 상영중). ‘대부’의 감독 프랜시스 코폴라의 딸 소피아의 두번째 감독 작품으로(각본 겸) 도쿄의 한 고급 호텔서 우연히 만난 중년의 미국 영화배우(빌 머리)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온 20대 초반의 여인(스칼렛 조핸슨)의 관계 맺음과 그것이 두 사람에 미치는 영향과 잔상을 아름답고 민감하며 깊이 있고 또 통찰력 있게 그린 시 같은 영화다.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은 작품으로 머리의 연기 등 몇개 부문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이 영화는 거의 다 도쿄 시내서 찍었는데 사실에 충실하기 위해 일본 사람들의 대화를 번역하지 않은 채 들려준다.
이 영화에 이어 퀜틴 타란티노의 눈뜨고 보기 힘든 유혈폭력 사무라이 쿵푸 영화 ‘빌을 죽여라 1’(Kill Bill Vol. 1, 현재 상영중)이 지난 10월에 개봉됐다. 우만 서만이 사무라이 칼을 휘두르며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살육하는데 지나친 폭력 때문에 큰 논란이 됐었다. 이 영화의 제2편은 내년 2월20일에 개봉된다. 이 두 영화는 흥행서도 성공, 제작비 400만달러짜리 ‘도쿄에서의 방황’은 지금까지 총 2,810만달러를 그리고 제작비 5,500만달러가 든 ‘빌을 죽여라’는 총 6,84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어 이 달 31일에는 기이할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하고 가슴 아픈 관계와 사랑과 각성의 드라마인 ‘일본 이야기’(Japanese Story)가 개봉된다. 호주의 여 지질학자(토니 콜렛)와 일본의 사업가(고타로 추나시마)가 장엄하게 아름다운 호주 광야로 여행을 떠났다가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는 매우 감정적인 작품이다.
즈윅 감독은 미국 사람들이 야구, 비디오게임 및 일상 가전용품 등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일본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할리웃은 단순히 이것의 연장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 감독들은 될 수만 있으면 자신들의 영화에 수퍼스타 일본 배우를 내보내려고 애쓰고 있다. 일본은 할리웃의 제1 해외시장으로 켄 와타나베와 소니 치바(빌을 죽여라) 같은 스타들이 영화에 나올 경우 엄청난 수입을 추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을 주제로 한 영화의 대부분은 액션영화라는 것도 이들 영화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 타란티노는 컴퓨터 특수효과에 싫증을 느낀 관객들이 진짜 영화인 액션 영화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전문 작가인 베벌리 그레이는 할리웃의 일본 심취를 정치적 풍토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레이는 세계의 많은 아름답던 곳들이 전쟁으로 황폐화하고 있는 요즘 일본이야말로 이국적이요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풀이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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