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이 미국 땅에 첫 이민의 발을 디딘 지 100년이 된 2003년이 새로운 100년을 향해 저물고 있다. 한인사회는 올 한해 이민 100주년의 발자취를 되짚고 새로운 내일을 향한 마음을 새롭게 다지며 여느 해와는 또 다른 시간을 보냈다. 지난 한해를 한인사회를 기쁨과 슬픔, 감동과 탄식으로 장식했던 주요 뉴스들을 되돌아본다. <편집자 주>
1백년의 잔치는 풍성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태평양을 건넸던 겔릭호의 이상은 2003년, 2백만 동포들의 가슴속에서 새로운 1백년을 향한 열정으로 피어났다.
올 한해, 지난 1백년의 땀을 위로하고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는 수많은 행사가 워싱턴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펼쳐졌다.
그중에서도 이민 1백주년 워싱턴 기념사업회(회장 박윤수)가 주도한 10대 사업은 대표적인 기념비적 이벤트였다.
4월 D.C.에서 개최된 기념만찬을 비롯해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 매입운동, 학술대회, 문집 발간, 변수 선생 묘역 단장, 이민 유적 발굴등 우리들의 자화상에 대한 탐사와 모색, 자축의 순례가 이어졌다.
한인회를 포함한 각급 단체에서도 문화예술등 다양한 부문에서 축제의 깃발을 올렸다.
문화스포츠 분야에서는 6월 한국의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평화콘서트, 조영남 공연, 한국 대표단의 태권도 시범, 한복 패션쇼, 10월의 한인의 날 축제, 미 의회 공연등이 한민족의 문화적 역량과 전통을 알렸다.
학술분야에서는 국제한민족재단의 한반도 컨퍼런스등 때마침 5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과 흔들리는 관계의 위기를 포괄적으로 탐색하는 행사들이 만개했다.
그것은 인종차별과 소수계란 소외감, 문화적 차이, 경제적 생존이란 절박성을 딛고 일어선 한인들의 내면에 쌓여온 설움의 발산이자 자신감의 또다른 표현이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한인들은 이민의 뿌리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고 한인들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또 과거를 딛고 내일의 목표를 설정하는 기회도 마련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인들의 높아진 위상과 가치에 대한 주류사회의 인식을 어느 정도 바꾸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긍정적인 면과 함께 한편으론‘우리만의 잔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 주류사회와 함께 하는 행사보다는 한인들만의 자기 만족적 잔치가 많아 1백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퇴색시켰다.
또 각 단체마다 터무니없는 행사에 이민 1백주년 기념이란 타이틀을 내걸어 뜻있는 이들의 눈을 거슬리게 했다. 장사를 위해 내용은 없고 이름만 경쟁적으로 빌린 것이다.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역시 기념사업회와 한인회 간 주도권 또는 영역 싸움. 기념비적 대의를 위해 전 한인들의 의지와 힘을 결집했어야 하나 서로 등을 돌리며 볼썽 사나운 장면을 노출시켰다. 이 와중에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 매입운동은 주체가 바뀌는 일도 일어났다.
한인 2세들의 참여도가 낮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휘국 동서문제연구소장은“실제 이민역사는 30년에 불과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많은 행사가 1세 중심으로 치우쳤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어차피 한인사회의 주역을 2세들이 떠맡을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2세들과 1세들이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의미있는 잔치가 되었으면 했다는 바람이다.
돌이켜보면 이산(離散)의 세기(世紀)였다. 지난 이민자들은 불굴의 의지로 대해를 건너며 모국의 역사와 국경을 전 세계사적으로 확장시켜왔다.
국경이 사라진 글로벌시대에 맞은 이민 1백주년은 그래서 이 땅에서 살아남는 법을 체득한 세대가 주류사회와의 융화와 사회적 이상을 함께 그리는 내일로 향하는 경계의 연표다.
달라진 것은 이민 2백년의 성장사(盛裝史)를 위해 땀과 열정을 바칠 그 주인공은 바로 개척자들의 2세들이라는 점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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