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삼 (세계로교회 담임목사)
박완서씨의 소설 중에 ‘아주 오래된 농담’이 있습니다. 상류사회의 점잖은 사람들 내면에 있는 불륜, 배신, 탐심 등을 꼬집는 내용인데, 누구나 다 아는 그래서 별로 새로울 것도 놀랄 것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교회에 대해서도 ‘아주 오래된 농담’이 있습니다. 시끄럽다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들이 놀이터에 싸우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다른 아이가 보고 다가가서 여기가 교회도 아닌데 왜 싸우니?했다는 것입니다.
실화입니다. 어떤 장로님이 안수집사인 아들 그리고 열살 된 손자와 차를 타고 있었습니다. 오롯이 자라나는 손자가 사랑스러워, 우리 손자 자라서 목사님 될래하고 물었습니다. 손자가 대답하길, 싫어요 할아버지, 목사님은 기도를 오래해야 하고요, 또 욕을 너무 많이 먹어요. 이 말을 듣고 평소 집에서 목사님 흠을 잡던 할아버지 장로님과 아들 집사님이 깊게 반성했다고 합니다. 원래 하나님이 계신 곳에는 적막에 가까운 평안이 있을 법한데, 부끄럽게도 교회는 세인들에게 시끄럽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아주 시끄러운 교회가 있습니다. ‘오래된 농담’이 아닌 아름다운 시끄러움을 가진 교회입니다. 시각 장애인과 그 가족 300여명이 모여 예배드리는 남산 중턱 케이블카 타는 곳 바로 옆에 자리한 한국맹인교회입니다.
이 교회의 친교시간은 대단히 시끄럽습니다. 앞을 못 보기 때문에 그리운 형제 자매들을 소리를 내어 불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날 만나야 할 사람들의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면 그 소리를 듣고 이곳 저곳에서 찾아와 서로 손을 붙잡고 반가와 어쩔 줄 모르며 대화하며 교제합니다. 한 사람이 소리를 높이면 자연히 다른 사람은 더 큰 소리를 내게 됩니다. 이 소리가 어우러지면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만남을 기뻐하기에 시끄러운 교회는 아름다운 교회입니다. LA에도 시끄러운 교회가 생길 것 같습니다. 실로암 시각장애인 교회입니다. 주일 오후에 7명의 시각 장애인과 가족들이 보여 예배를 드리는데, 저는 이 교회가 아주 시끄러운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수가 적어 그다지 시끄럽지 않겠지만, 수가 많아져서 아주 시끄러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사랑으로 찾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고, 목이 터져라 찬양하는 소리로 시끄럽고, 복음을 증거하는 열매와 사회를 향한 필요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시끄러운 교회가 되길 축복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신문지면에 실로암교회에 대한 글이 실려도 진작 그 교회 성도님들은 읽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읽어주거나 녹음을 하여 들려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희 교회 홈페이지에 시각 장애우를 위한 자원봉사자 모집광고를 올렸는데, 드디어 한 가정이 헌신했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던지요. 일주일에 한 두 시간을 내어 장을 봐주고, 필요한 서류들을 읽어주면 된다고 합니다. 봉사하는 것만큼 배우는 것과 얻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가진 것이 시간과 건강뿐인 분 안 계신가요?
교회는 너무 조용해도 안 됩니다. 어떤 소리로 시끄럽냐가 문제일 뿐입니다. 법이요하는 소리로 시끄러운 교회가 아니라, 찬양소리와 복음을 전하는 열정으로, 그리고 서로를 사랑하는 관심으로 시끄러운 교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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