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필요하십니까. 뭐든지 있습니다. 주문만 하십시오. 의사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약국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배달에는 하룻밤, 물론 배달료도 받지 않습니다.
인터넷 약품 샤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전문구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약을 훨씬 싸고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선전문구 뒤에는 불법과 약물남용이 판치는 어둠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인터넷 약품시장에 ‘사이비 약국’들이 범람하고 있다. 대형 약국의 온라인 체인이나 허가받은 약품 쇼핑몰들이 엄격한 규제 속에 운영되는 반면, 이들은 사이버 세계를 누비며 ‘아무 약이나, 아무에게나’ 팔며 잇속을 채우고 있다. 심지어는 의사의 처방전까지 알선해주기도 한다. LA타임스는 1일자에서 온라인 사이비약국들의 행태와 불법사례들을 고발했다.
이들 사이비 약국들은 일단 버젓한 사이트를 차려놓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 시중 마켓에서 파는 일반 의약품외에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 약품들을 판다는 요란한 광고문구를 내걸고 있다. 실제로 들어가보면 흔히 살 수 없는 약들이 대거 내걸려있다. 마약성 진통제 바이코딘이나 옥시콘틴, 신경안정제 자낙스나 근육이완제 소마 등 없는 게 없다.
구입도 쉽다. 약품 목록을 살펴보고 사이버 샤핑카트에 담고 카드로 결제하면 끝이다. 약은 하루나 이틀 사이에 우편으로 배송돼 온다. 처방전도 필요 없고 약사의 상담같은 것도 물론 없다. 구매자의 신원 확인이 생략되는 것은 물론이다. 온라인 질문서를 받아 상담하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눈속임일 뿐이다.
이들 약품은 중독성과 남용시 위험성이 있어 엄격한 규제를 받는 품목들이다. 캘리포니아 등 30개 주에서는 이들 약품을 판매할 때 약사가 환자의 상태를 상담하지 않고 팔면 불법으로 처벌받기도 한다.
이렇게 합법적인 절차없이 마구잡이로 약을 팔다보니 부작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선 인터넷으로 약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청소년과 젊은 층이라는 점. 약물중독에 쉽게 노출되는 계층이다.
비단 청소년 뿐 아니다. 성인고객도 많다. FDA와 DEA (마약수사국)의 추산에 따르면 2001년말 현재 미국 전역에서 약 400만 명이 음성적으로 약물을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사이비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 돈에 눈먼 탐욕스런 의사 그룹과 연계해 약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무작위로 처방전을 발행해준다.
문제는 또 있다. 사이비약국에서 판매하는 약들은 출처가 불분명하다. 병원이나 요양소등에서 유출된 것도 있지만 캐나다, 인도,멕시코,태국 등 외국에서 제조돼 수입된 제품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결국 외형은 똑같지만 내용물은 안정성과 효능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이비약국들의 폐해가 커지자 당국도 실태파악에 나서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담당인력이 부족한데다가 무엇보다 사이비약국들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아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서버가 국내외를 넘나들고 각 지역으로 분산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꼬리를 잡기가 어렵다는 것. 현재 FDA는 활동이 의심스러운 200여 개의 사이트에 ‘경고 편지’를 보내는 게 단속활동의 전부인 실정이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생겨나 바이애그라나 대머리치료제 프로페시아 등을 취급해 인기를 모았던 인터넷 의약품 사이트가 불과 몇 년새 ‘약물 남용의 온상’으로 변질된 것에 대해 의학전문가들은 우려를 금치못하고 있다. 특히 마약의 폐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에서 또 다른 중독성 약물의 거대한 공급처가 생겼다는 점에서 그 우려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신복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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