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7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이라크를 방문, 미군 장병들의 환호와 민주당 등 양당 정치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민적 여론을 설득하는 데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도는 지난 5월1일 이라크전 종전이 선언된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USA투데이 여론조사를 보면 4월23일의 80%에서 이달 19일에는 42%로 추락한 상태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이라크 방문을 계기로 부시 대통령 스스로가 이라크 문제를 내년 대선에서 대두될 중대 이슈로 부각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동문제 전문가인 샌프란시스코대학의 스티븐 준스 정치학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바그다드 방문을 미국민을 상대로 한 홍보전(PR)으로 규정했다. 준스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대테러 전선에 있는 미군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일종의 제스처가 필요했다며 그러나 린든 존슨 대통령도 베트남 전때 전쟁지역을 전격 방문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별 도움이 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시 대통령이 극비로 깜짝 방문을 했다는 사실은 이라크 전후처리가 지금까지 잘못됐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번 이벤트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 소속 중동문제 전문가인 주디스 키퍼도 일시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내년 대선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의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 장병들은 부시 대통령의 위문을 높이 평가했다. 앨라배마 출신의 제임스 에콜스(22) 상병은 나에게는 대통령의 방문이 정말로 사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었다며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고 병사들을 만나러 왔다고 감격해 했다.
한편 이라크 국민과 정치인들은 미군 병사들만을 만나고 떠난 부시의 방문에 불만과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인 마흐무드 오트만은 우리는 부시의 바그다드 국제공항 도착을 이라크 방문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그는 평범한 이라크인들을 만나지 않았다. 부시는 미군들의 사기를 높이려고만 했다고 말했다.
여러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깜짝 방문이 이라크 전쟁 당시 부시 대통령이 함재기를 몰고 항공모함에 착륙한 ‘이벤트’를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임무 완수’라는 현수막을 배경으로 종전을 선언한 당시 장면은 일시적으로 이라크 전쟁의 승리를 상징했으나 이라크 사태가 악화되면서 결국에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부시 행정부의 착오를 상징하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국민들에게 이라크 전쟁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당시 부시 대통령이 항모에 착륙했던 모습에서 27일 눈물을 비치면서 환호하는 군인들을 향해 연설하는 모습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모습도 장기적으로 미국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는 이라크 사태의 경과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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