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번개 카피’ 명품족도 싼맛에
판매업자 여자프로골퍼도 쇼핑 귀뜸
‘너 아직도 진짜 명품만 들고 다니니?’
속칭 ‘짝퉁’으로 불리는 모조 명품들이 멋쟁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태원 등지에서 팔리고 있는 모조 명품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진짜 명품족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늘어선 모조 명품 거리. 겉보기에는 기념품가게나 양복점, 배낭 가게 등이지만 실제로는 ‘A급 모조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손님이 진짜 명품 카탈로그를 보고 물건을 지정하면 ‘운반책’이 어딘가에서 모조명품이 가득 찬 여행용 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물건은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 등 유럽제 명품 가방ㆍ지갑과 롤렉스, 카르티에 등의 고급시계들. 디자인과 재질이 똑같은 것은 물론이고 자그마한 금속장식이나 내부 구조까지도 진짜 명품과 완전히 복사판이다.
이태원에서 7년째 모조품 제조ㆍ판매를 하고 있는 K모씨는 “명품을 살 돈이 없어서 가짜를 사는 사람들보다 오리지널을 갖고 있지만 싼 맛에 가짜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K씨는 또 “단골손님들 중에는 TV나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사나 연예인, 재벌가 사람들도 있고 최근엔 해외에서 활약 중인 유명여자골퍼 P모 선수도 가방과 시계 등 100만원어치나 사갔다”고 귀띔했다.
A급 짝퉁을 취급하는 업소는 이태원에만 600여개나 된다. 각 업소의 매상은 연간 1억∼2억원 정도. 이 업소들은 각각 다른 공장에서 모조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품질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품매장에서 1,340만원에 팔리는 롤렉스 ‘데이토나’ 콤비 시계의 A급 모조품은 20만원선. 롤렉스의 특징인 바늘 돌아가는 모습은 물론 내부구조까지 완벽히 재현해 롤렉스 전문가도 확대경을 들이대지 않으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뒷면 투명유리를 통해 시계태엽이 돌아가는 장면을 볼 수 있을 만큼 정교하다.
정가 260만원의 루이비통 ‘멀티라인’가방은 국내에 정식 수입된 제품보다 짝퉁이 한발 먼저 시장에 풀렸다. ‘정품매장에 아직 입하되지 않은 최신제품을 이태원에서 구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남들보다 먼저 최신 유행 제품을 걸치고 싶어하는 멋쟁이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달에 한번 정도 이태원 짝퉁 매장에서 쇼핑을 즐긴다는 이모양(21ㆍ대학생)은 “오리지널을 몇 개 갖고 있기 때문에 가끔 짝퉁을 들어도 모두 오리지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신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국내에서 짝퉁이 먼저 나올 때가 많아 싼 값에 최신유행을 즐길 수 있다”고 ‘짝퉁사랑’의 이유를 털어놨다.
/스포츠투데이 신동헌 drag@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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