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리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체포하기 위한 수사는 장장 21년간 계속된 ‘오디세이’였다.
이 오디세이의 주인공은 현재 워싱턴주 킹카운티 셰리프국장으로 재직중인 데이브 레이처트(53). 새내기 형사시절 이 사건을 접한 그는 장장 21년에 걸친 ‘집념의 수사’로 지난 2001년 희대의 살인마 개리 리지웨이(54)의 덜미를 잡는 개가를 올렸다.
그가 체포한 리지웨이는 5일 48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 미 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이라는 오명의 주인공이 됐다.
레이처트와 리지웨이의 숨바꼭질은 1982년 워싱턴주 그린 리버에서 피살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새내기 형사로 제일 먼저 현장에 제일 도착한 레이처트는 강둑 인근을 수색하다 또다른 피해자의 시신을 찾아냈다.
독일계 이민 2세인 레이처트는 타고난 정의한이었다. 대학시절에는 여대생 기숙사를 엿보던 치한들을 뒤쫓다 이들의 도주 차량에 몸을 던지는 ‘무모함’을 과시했고, 신참 형사시절에는 남편에게 인질로 잡힌 여성을 구출하기 위해 단독으로 집안으로 뛰어들었다가 목에 칼을 맞아 48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레이처트는 ‘그린 리버’에서 첫 시체가 발견된 지 1년반 후에 구성된 전담수사반에 배치됐다. 그러나 전담반이 구성된 후 몇 해가 지나도록 피해자의 숫자만 늘어날 뿐 범인의 윤곽은 잡히지 않았다.
여론은 경찰의 무능을 질타했고, 1990년 수사본부는 언론의 조롱과 세간의 싸늘한 눈총 속에 해체됐다. 레이처트 역시 그린 리버 사건의 공식수사에서 손을 떼야 했지만, 개인차원의 단서 추적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1997년 킹카운티 셰리프국장에 선출된 그는 2001년 4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30명의 베테런 수사관들을 차출해 그린 리버 사건 전담수사반을 재구성했다.
2001년은 그의 집념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해였다. 무엇보다 1997년이래 과학수사의 첨단 도구로 자리잡은 DNA 분석기술이 그를 도왔다. 2001년 10월10일, 레이처트의 지시에 따라 그동안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들의 타액 샘플과 피해자의 몸에서 검출한 정자의 DNA 지문 대조작업을 벌여온 법의학 실험실로부터 리지웨이의 타액 샘플과 정자가 동일한 DNA 지문을 갖고 있다는 통보가 날아들었다. 리지웨이는 그 해 11월30일 체포됐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범인 체포에 기여한 인물 중에는 30여명의 여성을 살해한 살인마 테드 번디도 포함되어 있다. 1986년, 레이처트는 플로리다 교도소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던 번디로부터 도와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이틀간 그를 만났다. 이 만남을 통해 레이처트는 연쇄살인범들의 어두운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레이처트는 모두들 연쇄살인범들이 지능적이고 능숙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들은 약한 사람들에게 파워를 행사하고 싶어하는, 애처롭기 짝이 없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3일간 리지웨이를 심문하면서 연쇄살인범들이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람에 대해 전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리지웨이는 번디와 마찬가지로 주목받기를 열망했고 범행에 대해 얘기할 때는 자부심을 나타냈다. 미해결 사건에 대해 혐의를 부인할 때 리지웨이는 내가 한 것이 아닌데 왜 자백하겠느냐며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자존심이 있다. 다른 사람의 것을 뺏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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