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테러 배후논란…내·외부 연계설도
27일 바그다드에서 250여명의 사상자를 낸 연쇄 자폭 테러 이후 한층 격렬해지고 있는 이라크 내 저항의 배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은 국제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 등 외국 테러리스트를 의심하고 있지만 명확한 증거는 없는 상태. 사담 후세인 추종세력 등 이라크 내부세력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 대규모 저항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적으로 외부 세력의 소행으로 몰아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폭탄 테러의 배후로 “바트당원들과 외국 테러범들”을 지목했다. 이어 이라크 주둔 미군측이나 미 국방부 고위 관리 등의 입을 통해 잇따라 외부 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27일 차량 자폭 테러범 중 한 명의 몸에서 시리아 여권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또 AP 통신은 후세인 정권의 고위 인사가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인 안사르 알 이슬람의 도움을 받아 이라크 주둔 미군을 공격하고 있다는 증언이 확보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정보는 후세인 추종세력들과 외국인 테러리스트간의 연계에 대한 명확한 증거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동시다발 자폭 테러가 전형적인 알 카에다의 수법이며 정교함과 대담함의 측면에서도 그 동안의 산발적인 매복 공격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여전히 후세인이 잡히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을 이라크 내 저항의 배후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도피 중인 후세인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추종세력을 이용해 저항을 조직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27일의 동시 다발 자폭 테러는 이라크 현지 사정에 밝은 이라크인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이는 감행하기 힘든 공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외국인 테러리스트 쪽으로 주 타깃을 돌리는 배경에는 후세인 추종세력을 비롯한 이라크인들에 의한 저항이 이 정도로 격렬해지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라크 내 자생세력이 최근의 거센 저항을 주도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미군의 이라크 전후복구작업이 ‘점령’으로 인식되고, 이라크인들이 ‘해방’을 위해 미국에 정면으로 맞선다는 구도는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발상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내부 상황이 이라크 전쟁과 미국 주도의 전후 복구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테러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국제 사회가 이라크 전쟁을 실패한 전쟁으로 규정하고 발을 빼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도 포함돼 있다. 이라크 치안 문제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외연을 확대할 경우 국제 사회의 지지와 명분을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향후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 시리아 등 테러 비호국가들에 대해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중동 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확대해가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부시 대통령이 28일 “미국은 외국 테러범들이 이라크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시리아와 이란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으며 국경경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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