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대인 정오를 전후해 타운 내 한 병원에 노인들이 대기실에 앉아 치료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병원 측에서는 노인들이 시장하실 것을 염려해 김밥을 준비해 놓는다. 무료하게 기다리던 노인들은 김밥을 먹으며 시장기를 달랜다. 커피, 율무차도 준비해 놓는다.
노인들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간다. 보통 아침 9시 이전부터 문을 열지만 물리치료 인기가 높아 30분 기다리는 것은 예사고 어떨 때는 1시간도 마다 않는다. 한 할머니는 1주일에 2번 물리치료를 받으러 간다며 “1주일에 3번 이상 가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1주일에 3번을 초과하면 법적으로 하자가 생긴다. 메디케어 규정 때문이다. 그래도 수요가 있으니 병원 측은 편법을 감행한다. 다른 할머니는 “1주일에 4번째 병원을 방문하자 병원 측에서 1주일에 4번 물리치료를 받을 수는 없다며, 다음주에 치료받은 것으로 서류를 작성할 테니 서명해달라고 해 그렇게 한 뒤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알짜 고객인 노인을 물리칠 수 없어 병원이 꾀를 낸 것이다.
일부 병원은 물리치료 비즈니스를 짭짤한 수입원으로 삼는다. 물리치료로 돈을 벌려고 해도 일단 병원 간판을 걸어야 하니 의사가 없어선 안 된다. 그래서 은퇴한 의사를 ‘
얼굴마담’격으로 앉혀놓고 물리치료사 여러 명을 채용해 영업을 한다. 물리치료사가 적게는 몇 명, 많게는 10명을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물리치료는 대개 땀을 빼게 한 뒤 30분 정도 마사지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그렇지만 의료비 청구는 1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물리치료 비즈니스가 성황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리치료는 노인들을 상대로 하고 환자에게 의료비를 청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치료는 간단하면서 수입은 괜찮은 비즈니스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그렇다 보니 병원의 독점사업이 아니다. 일부 한의원도 가세한다. 이들 업소는 노인환자들을 겨냥해 아예 물리치료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인들은 ‘봉’이면서 동시에 ‘왕’이다. 전화를 하면 병원 측은 밴이나 승용차를 즉각 보내 모셔가고 물리치료를 한 뒤 다시 집까지 모셔다 드린다. 어떤 병원은 먼저 전화를 걸어 차를 보낼 테니 물리치료 받으러 오라는 ‘호객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단골을 만들려고 상품을 내걸기도 한다. 몇 번 이상 온 노인에게는 이불, 담요, 청소기, 전화기, 백 등을 증정한다는 얘기다.
물리치료를 받는 노인들은 치료를 받으면 쑤시던 몸이 시원해진다고 한다.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짜치료라고 해서 마구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정부가 9월 1일부터 연간 치료비를 1,500달러로 제한하는 규정을 집행했다. 치료비를 감안하면 한 달에 한두 번 꼴이다. 마구 사용하다 정작 몸이 아파 필요할 때 치료를 받지 못해 끌탕을 할 수 있다. 절제의 미덕을 되새길 때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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