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유학생으로 미국에 온 올드 타이머들은 방 구하기가 어려웠다. ‘방 세놓음’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어 들어가 보면 어느새 방이 나가서 ‘빈방이 없다’는 말을 듣곤 했다.
처음에는 “학교 부근이라 수요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지만 몇번 퇴짜를 맞고 나면 진상을 파악하게 된다. 올드 타이머 M씨의 유학생 시절 경험.
“‘월세 방 있다’는 사인을 보고 들어갔는데 매니저가 ‘방이 벌써 나갔다’는 겁니다. 그런 줄만 알았지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사인이 그대로 붙어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 유색 인종이 방을 찾으면 ‘방 나갔다’며 따돌리는 것이더군요”
그러던 것이 이제는 아파트 이름에까지 코리언을 붙이며 한인 입주자들을 환영하고 있으니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LA 한인타운의 코리언 월드 타워즈, 윌셔 코리언 타워즈등 아파트는 최근 연방 법원으로부터 “건물 이름과 아파트 임대 광고에 ‘코리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예비판결을 받았다. 아파트 이름에 코리언을 명시하면 히스패닉이나 흑인등 그 지역 타인종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에 인종차별이라는 것이 이유이다.
이들 아파트의 소유주인 스털링사는 실제로 마크 윌셔 타워즈였던 건물명을 코리언 월드 타워즈로 바꾸며 한인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아파트 소유주들이 한인 입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인 아파트소유주 협회 한 인사의 설명이다.
“기업의 기본 관심은 이윤입니다. 아파트 소유주들이 보기에 한인들은 이윤을 보장해주는 좋은 고객이지요”
한인들이 환영받는 이유는 대개 3가지. 우선은 방세. 상대적으로 높은 방세를 밀리지 않고 잘 낸다는 평이다. 둘째는 건물 관리. 한인들은 대개 청소를 잘 하고 집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아 청결하며 카펫 수명도 오래 간다. 셋째는 불평이 적다는 것. 한 아파트 매니저의 귀뜸.
“렌트비를 몇 달씩 미루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꼬투리 잡아서 소송하는 경우, 입주할 때는 두 식구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면 7-8명이 모여 사는 경우들이 타인종에게서는 많이 있어요. 돈 잘 내고, 깨끗하고, 불평 안 하는 한인들은 일등 입주자들이지요”
문제는 아파트 소유주들이 너무 한인만 선호하다 보면 인종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 몇 년전 본보 기자들이 ‘빈방 있음’ 광고를 낸 한인 타운내 아파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로 각각 문의했는데 10개 아파트중 8개 아파트 매니저들이 말에 따라 말을 바꾸었다. 영어, 스페인어 문의에는 ‘빈방 없다’고 했다가 한국어로 묻자 ‘방이 있다’고 대답했다. 타인종 민권단체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겠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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