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에게 두 팔은 필수다. 그런데 영국 헤비메탈 그룹의 드러머 릭 앨런은 오른 팔로만 드럼을 두드리며 팬들을 사로잡았다. 격렬한 몸 동작을 요하는 드럼에 앨런이 한 팔만을 쓴 것은 스포츠카 사고로 왼 팔을 절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앨런은 오른 팔만으로 할 수 있는 특수주법을 개발해 밤낮없이 연습으로 4년만에 내 놓은 네 번째 음반에서도, 두 팔을 모두 사용해 연주한 과거 세 장의 음반에서처럼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래도 팔이 하나라도 있으면 한결 낫다. 어머니의 약물복용으로 팔 없이 태어난 로니 웨스트가 풋볼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상황에 견주면 그러하다. 비록 팔을 많이 쓰지 않는 ‘키커’를 맡았지만, 자신을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가 아니라 ‘왼발잡이’라고 농담할 정도로 여유를 지닌 그는 ‘두 팔 없는 풋볼선수 1호’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수영선수에게 눈은 필요조건이다. 15세 때 친구가 던진 눈덩이에 왼쪽 눈을 맞아 여러 차례 수술을 시도했으나 끝내 실명하고 만 헝가리의 타마스 다르니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수영경기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땄다. 0.1초를 다투는 경기에서 원근과 방향감각을 제대로 감지하기 어려운 장애를 딛고 우뚝 섰다.
다리가 성치 않아도 고통스럽다. 어려서부터 소아마비로 휠체어 신세를 진 미국의 레이 유리는 그라운드를 맘껏 뛰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레이는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종목인 높이뛰기, 세단뛰기, 넓이 뛰기 등에 매진했다. 그의 불굴의 의지는 1900년 파리올림픽을 시작으로 연거푸 세 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란 결실을 맺었다.
다른 운동도 그렇지만 급커브를 수시로 해야 하는 스키에서 ‘외다리 전법’은 소설 같은 얘기다. 5세 때부터 스키를 탄 미국의 다이애나 골든은 12세에 골수암 진단을 받아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자신에 대한 스토리에서 ‘용기 있는’이란 말이 따라붙는 것을 무척 싫어했던 골든은 장애인 티를 내지 않으려 장애인용 장비가 아닌 일반장비로 각종 대회에서 30차례가 넘는 우승을 기록한 ‘전설적 인물’로 칭송 받고 있다.
두 다리가 없으면 그야말로 난감하다. 그래서 역경을 극복한 애담 킹이 돋보인다. 다리발육 저하로 무릎 아래를 절단하고 철제 인공다리를 한 입양아 애담 킹은 2001년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구’를 해 화제가 됐었다. 올해 13세인 킹은 조만간 경주에서 열릴 국제여자태권도오픈대회의 초청을 받아 격파, 품새 태극 3장 시범을 보이게 된다.
녹색 띠를 두르고 갈고 닦은 솜씨를 선보일 킹이 자랑스럽다. 킹의 장한 모습이 다른 장애인은 물론 사지가 멀쩡한데도 자신감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으면 한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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