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코스너는 건재했다.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던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웨스턴으로 의젓하고 멋있게 할리웃에 컴백했다. 코스너는 많은 스포츠 영화에도 나왔지만 역시 그의 장기는 웨스턴이라는 것이 이 영화로 재확인했다(코스너는 이 영화처럼 1990년 자기가 제작 감독하고 주연한 ‘늑대와 함께 춤을’로 오스카상을 탔다).
고전 웨스턴의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서두르지 않는 서사극으로 여느 웨스턴보다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뚜렷하고 연기도 성숙됐으며 대사는 위트가 있다. 수려하고 시원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매우 유머러스하고 민감하며 또 상냥하면서도 격렬한 폭력과 액션이 있는 영화로 깊이와 넓이를 고루 갖추었다.
1882년 서부의 푸른 초원. 나이 먹은 보스(로버트 두발)는 과묵한 찰리(코스너)와 어린 버튼과 덩지 큰 모스 등과 함께 주인 없는 초원을 찾아다니며 소 떼를 먹여 키우는 카우보이다. 4명의 친구는 모스의 늙은 애견. 이들이 하몬빌이라는 마을을 찾아들면서 이 동네를 혼자서 말아먹는 돈 많은 목축업자 덴튼(마이클 갬본)과 그의 졸개들과의 충돌이 발생한다.
텐튼은 보스의 소 떼들이 있는 땅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며 졸개들을 시켜 폭력을 행사, 버튼에게 중상을 입히고 모스와 그의 애견을 사살한다. 정의를 찾고 죽은 동지의 복수를 위해 보스와 찰리가 마을로 들어오면서 마을 사람들은 다가올 대결전을 피해 교회로 피신한다. 보스와 찰리가 막아야 할 적은 무려 10여명.
이런 거친 사나이들의 얘기 속에 아름다운 꽃처럼 피어나는 에피소드가 찰리와 동네 노처녀 수(아넷 베닝)의 풋풋한 로맨스. 둘의 관계 묘사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감정적이며 곱다. 마지막의 깜짝 놀라게 되는 길고 잔인할 정도로 치열한 근접 총격전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솜씨가 유려하다. 아다지오로 진행되던 흐름을 사나운 천둥번개의 템포로 뒤흔들어 놨다가 마지막에 서정적 코다로 맺는 코스너의 연출력이 다부지고 장인급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보기 좋은 것은 보스와 찰리의 관계. 어두운 과거를 지닌 찰리와 역시 과거를 파묻은 보스의 관계는 친구이자 부자지간의 그 것으로 둘의 관계가 보통 성격묘사 영화보다 훨씬 깊이 있고 아름답다. 두발은 보스역이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데 뛰어난 연기력이다. 살인자의 과거를 지닌 남자가 마을에 들어와 악을 소탕한다는 얘기가 ‘쉐인’을 연상케 한다(개마저 ‘쉐인’의 어린 주인공 조의 것을 닮았다). 다른 것은 결말인데 그 부분이 다소 유감이다. 우정, 의리, 용기, 개인정신, 명예, 정의 및 액션과 로맨스 등 정통 웨스턴의 플롯을 잘 조화시킨 훌륭한 작품이다. 첨언: 이것은 ‘하이 눈’이 아니다. R. Touchsto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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