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서부 인디언 경마, 가파른 산비탈 질주
동물보호단체 비난 불구, 인디언 전통 강행
상현달이 훤하게 비추던 지난 7일 밤.
세이지브러시 향이 가득한 워싱턴주 북중부의 오마크에 있는 수어사이드힐 꼭대기에는 19명이 말을 탄 채 출발점에 서있었다. 출발점 앞으로는 오카노간 강에로 이르는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뻗어 있고 계곡에서는 구경 인파가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자 19명은 낭떠러지나 다름없는 200피트 아래로 질풍처럼 말을 달렸다. 흙먼지와 말채찍과 고함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것이 바로 자살 레이스.
미국 북서부의 인디언 경마 가운데 가장 위험하고 악명 높은 레이스다. 또한 이 경주는 모마크에서 매년 열리는 로데오 경기 ‘오마크 스탬피드’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나흘 밤 동안 기수들은 애마를 타고 가파른 산악 경사면을 구르듯 내려와 오카노간 강물에 뛰어든다. 빠른 속도로 강울 헤엄쳐 건너편 둑에 도달하면 경기가 끝나는 것 이다.
경기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1분 미만. 그러나 기수들, 특히 인근 콜빌 인디언 보호지역에서 참가한 젊은이들은 자살 레이스 참가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지난 7일의 경주는 자살 레이스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쏜살같이 내려온 말들이 거의 강가에 다다랐을 때 한 마리가 넘어지면서 10여마리의 다른 말과 기수들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넘어졌다.
잠시 후 14명의 기수가 흙먼지를 털고 일어났지만 이 경주에 처음 출전한 16세의 루이스 재컬리는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현장에 있던 구급요원들이 황급히 달여와 재컬리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다행히 그는 얼마 후 의식을 회복했다.
올해 우승은 25세의 조너던 에이브러햄슨이 차지, 새 말안장을 부상으로 받았다.
“우리는 일년 내내 말을 타지만 이 경주는 항상 긴장감이 감돈다”
에이브러햄슨은 말한다.
이 경주를 가장 거세게 비난하는 그룹은 동물보호단체들.
동물보호주의자들은 자살 레이스가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경주라고 비난하면서 1983년 이후 15마리의 말이 레이스 도중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대회 당국은 지난 8일 경주 도중 말 한 마리가 어깨가 부러져 안락사시켰다고 밝혔다).
워싱턴 DC에 있는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대변인 브라이언 소더그렌은 “우리는 자살 레이스를 근본적으로 반대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디언 부족과 관계자들은 자살 레이스가 기수와 말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회에 쏠리는 비난에는 반박한다.
“자살 레이스는 이곳에서 하는 모든 경마대회 가운데 최고로 수퍼보울과 같은 것이다. 말들도 이 경주를 좋아한다”
에이브러햄슨은 말한다.
자살 레이스는 미국 북서부 지역 인디언들의 오래된 축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젊은이들에게는 성년식의 의미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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